이준 목사 (두란노침례교회)
올 겨울은 따뜻하군요. 비와 눈이 번갈아 내릴 정도로. 지구온난화 때문일까요? 시카고 28년살이 동안 이처럼 낯선 겨울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새벽 예배를 마치고 레이크 알링톤을 아내와 함께 걸었는데, 호수 한 켠에 아직 얼지 않은 작은 물구덩이가 있더군요. 그 주위로 거위들이 잔뜩 몰려 있었습니다. 참으로 낯선 풍경입니다.
며칠전 대화를 나누던 중, “교회 출석한 지 벌써 일년이 넘어가는데 도대체 믿음이 생기질 않아요.” 하던 K님의 고백 때문에 여러 날 기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K님의 신앙을 도울 수 있을까 기도하던 중, 편지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믿고 있는 것들, 또 신앙 생활하면서 체험한 하나님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나누다 보면 K님의 믿음 생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답장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저 시간을 내서 읽고 편지에 담긴 내용을 한번 생각해보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편지 내용을 가지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첫 편지라 먼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내용으로 이 소중한 여백을 채우고 싶군요.
K님, 이 온 우주를 만들어 내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그분이 말씀을 선포하실 때마다 우주는 완전한 모습을 갖추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빛이 생겨나고, 하늘과 땅이 구분되고, 육지와 바다가 나누어지며, 생명체들이 태어나 땅과 바다와 공중을 채우고 뛰놀게 됩니다. 하나님께선 창조된 것들을 바라보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완전하신 하나님 눈에 좋았다는 건 창조하신 우주가 완전하다는 뜻입니다. 진화론에 익숙한 사람들은 믿기 어려워 하지만, K님,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하나님의 마지막 피조물, 그리고 가장 멋진 작품은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은 특별한 방법으로 만드셨습니다. 두 손에 흙을 쥐시고, 물 위에 비친 하나님을 들여다 보셨습니다. 그리고는 당신과 닮은 생명체를 부지런히 빚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코에 생령을 불어넣어 완성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그래서 하나님과 영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게 된겁니다.
K님, 나를 꼭 닮은 자녀가 태어나면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잖아요? 하나님도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두 가지 중요한 일을 맡겨주신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선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당신이 지은 창조물에 이름 짓는 일을 맡겨 주셨습니다. 또한 다른 피조물들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도 주셨습니다. 환경문제, 전쟁, 빈부 격차의 문제 등등, 우리 인간이 세상을 잘못 다스림으로 생겨난 병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권한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고 계신 겁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는 에덴 동산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부족한 것이 전혀 없는 완벽한 장소 에덴을 조성하신 후 우리 인간을 그곳에서 살게 하신 겁니다. 그리고 자주 에덴을 찾아오셔서 인간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셨어요. 우주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나란히 걷고, 대화하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아담을 상상해보세요.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잖아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크기는 무한이라는 단어로만 표현이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K님, 사람들은 자신의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창조의 진실을 무시합니다. 창조의 진리를 부정하고나니 그 안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사랑도 느낄 수 없는 겁니다. 참 슬픈 현실입니다.
K님,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어떻게 저 별들은 하늘에 붙어있는 걸까?” 또 고개를 숙여 땅 위로 솟아난 잡풀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이름도 알 수 없는 풀이 지닌 생명력은 과연 어디서 온 걸까?” 그리고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는 인간의 지식을 찾아 보세요. 과연 답이 있을까요?
K님, 전 밤 하늘을 볼 때마다 경이로운 감정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달을 바라볼 때 과거에 읽었던 글을 떠올리곤 합니다. 달이 자기 공전 궤도에서 단 1도라도 벗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지구와 달 사이를 일정 거리로 유지하고 있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달은 지구로 달려들게 된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끔찍한 재앙이겠지요. 태양계 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달을 항상 그 자리에 있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신비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지구의 공전 속도도 절 경이롭게 만듭니다. 지구가 정해진 궤도를 도는 속도는 무려 시간당 30,000 마일이라고 합니다. 이 큰 지구 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면, 그 소리도 엄청날 겁니다. 우리의 귓청을 찢고도 남을 그런 굉음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 귀는 멀쩡합니다.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한계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 만 마일의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 위에서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 있는 겁니다. 신비하기만 합니다.
K님, 호기심과 질문을 가지고 우리 주변을 둘러볼 때, 우주 전체가 우리 인간의 지성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함을 금방 발견게 됩니다.
천재적인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뉴턴의 말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대한 바닷가에서 놀다가 신기한 모양의 조개 하나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어린아이”가 바로 자기라는 겁니다. 자신이 발견한 만유 인력의 법칙을 신기한 조개에 그리고 온 우주를 광대한 바다에 빗댄 뉴턴의 겸손함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그의 경외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고백에서 과학과 신앙의 적절한 관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일본의 한 유명한 과학자는 어느 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 즉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말씀이 너무 생생하게 영혼에 담겨오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바로 엎드려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다고 합니다. 눈에 담겨오는 사물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완벽하게 디자인 되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그러자 그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경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K님, 오늘은 여기서 편지를 줄이고자 합니다. 편지를 다 읽은후, 시간을 내어 하늘과 땅을 한 번 바라보세요. 그냥 휘이 둘러보지 마시고 호기심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거울 앞에 서서 K님을 가만히 살펴보아도 좋습니다. 새롭게 보일 겁니다. 그 안에서 하나님의 영원한 신성과 능력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K님 영혼에 경이로움이 차오르고, 그 경이로움이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승화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도 주님 부어주시는 사랑과 평강이 K님의 삶에 가득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