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례식 (문봉주 / 하늘소리 편집장)

 

 

 

 

문봉주 / 하늘소리 편집장

 

연초부터 두 장례식을 접하게 되었다. 여태 교회 장로님이나 권사님들, 또는 주변 한국분들의 장례식에만 가봐서 한국식의 장례식에만 익숙해 졌었는데 연초 두 분의 장례식을 보면서 새로운 장례 문화를 보고 이런 장례식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딸 아이, 주현이의 초등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Mr. Hwastecki. 유난히 주현이를 귀여워 했고 주현이도 선생님을 잘 따라 “Teacher’s Pet”이라 불였었고, 그래서 Class picture에도 선생님 옆에 딱 달라붙어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 나의 기억 속에 내가 선생님의 교실에 갔을 때 교실에서 기르고 있는 파이톤 뱀을 손으로 들어 내게 보여주며 나를 무섭게 했고, 자신이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참전용사라며 “네가 사실은 내 딸 뻘이야”하며 자신이 나이가 매우 많음을 과시했었는데 대충 그의 나이가 그 정도였다는 걸 이번 장례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그와는 같은 동네에서 산지라 가끔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나누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만났을 때 선생님이 너무 늙어 이젠 사람을 못 알아보는지, 그때부터 굳이 나도 인사를 안 하기 시작했다. 동네 길을 가며 선생님 집 앞을 지나가면 마당에서 마당일 하는 선생님이나 그의 아내를 보면 그들의 건강을 확인하며 지나갔었으나 어느날 그 집 앞에 앰뷸런스가 세워져 있는 걸 보고 또 걱정을 하던.
그 선생님이 그의 아내가 죽은 지 2년 만에,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하늘나라에 가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하늘나라에서 아내와 함께 보내고 싶다”던 그의 말 대로, 그는 지난 12월 23일에 돌아가셨다 한다. 장례식은 동네 교회에서 교회 목사님과 가족, 지인들이 조촐하게 모여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돌아가며 이야기하며 정말 작지만 아름다운 장례식이었다. 그의 장례식에는 옛날 학교에서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 교직원들,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몇몇 제자들도 와서 같이 추모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다른 딸 아이, 지현이의 직장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 이야기를 또 들었다. 67세의 젊은 나이에 뇌암으로 2년간 투병 후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고인은 평소 유쾌한 성격이라 자신의 장례식이 슬픈 장례식이 되는 걸 원치 않아 평소 친구들과 자주 가서 즐겁게 파티했던 바에서 장례식 후 리셉션을 베풀어 마지막 자신의 파티를 행복하게 즐기라고 했다 한다.

 

두 장례식을 보며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장례식이 낯설었지만, 그러면서 나도 문득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나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해 주고 나에 대해서 잘 알고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며 추억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나의 가족과 나의 진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그런 장례식. 그래서 우리 딸들한테도 나에 대해서 이야기할 준비를 해놓으라고 얘기해 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 몇 개도 꼭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남편한테는 내 장례식을 치뤄주기 위해서 내가 먼저 죽어야 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말하기를, “당신은 평소 나보다 건강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니 당신이 먼저 죽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글쎄, 그건 모르는 거지… 나의 이기적인 생각일지는 모르나, 나는 남편이 나의 장례식을 멋지게 치뤄주고 나의 죽음을 슬퍼해 줬음 한다.

 

나의 장례식을 위해서 슬슬 준비를 해야 겠다. 아니, 우선은 나의 노년을 준비해야 겠다.
행복한 나의 노년을 위해. 그리고 아름다운 나의 장례식을 위해.

 

그리고 나는 화장을 원한다. 죽어서까지 땅조각 차지하고 누워 있어야 겠는가? 그냥 화장해서 납골당도 필요없이, 바라기는 우리가 매년 새해 해돋이를 가서 보던 미시건호수에 나의 뼛조각을 뿌려주기를. 그래서 일년에 한번 우리 아이들이 해돋이를 보러올 때 거기에서 나도 만나주기를. 물론 희망사항이다.

 

   

찬송가 364: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내 고생 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잠 같습니다.

꿈에도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천성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길 되나니 은혜로다

천사가 날 부르니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나가기 원합니다.

 

야곱이 잠 깨어 일어난 후 돌단을 쌓은 것 본 받아서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