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복기 목사/ 소설가
서서히 죽어가는 암 투병 중에서도 홀로 남아 있을 남편의 행복이 더 걱정스러웠던 한 여인의 사부곡이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난소암 말기 투병 중인 미국의 여성 작가가 혼자 남게 될 남편을 위해 “대리 공개구혼”에 나섰던 것이다.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출신 아동도서 작가 에이미 로즌솔(51)은 뉴욕타임즈 의 인기 칼럼 코너 “모던 러브 (Modern Love)”에 “제 남편과 결혼해 주실래요? (You may want to marry my husband?)”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에이미 로즌솔은 글에서 26년간 행복한 결혼생활과 느닷없이 닥친 암 선고를 비롯해 남편인 제이슨 로즌솔을 향한 애정과 고마 움, 이별의 아쉬움 등을 담담히 털어놓으며, “지금 나는 5주째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데다 진통제 모르핀의 영향으로 종종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남편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사력을 다해 글을 쓰고 있다. 만약 어느 여인이 꿈처럼 멋지고 결단력 있는 동반자를 찾고 있다면 제 남편 제이슨이 바로 당신의 사람이다.”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이어 “막내딸이 대학에 진학하고 남편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던 2015년 9월 맹장염 증상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난소암 선고를 받았다.”며 “적어도 26년은 남편과 함께 더 살 줄 알았다.”고 아쉬워했다. 로즌솔은 남편에 대해 “키 178㎝에 몸무게 73㎏, 반백의 머리에 헤이즐 색 눈동자를 가졌다”며 신체 특성을 열거한 뒤 “세련된 멋쟁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20대인 두 아들이 아빠 옷을 종종 빌려 입을 정도로 세련된 멋쟁이”라며 “퇴근길에 직접 장을 봐서 저녁을 만들어주는 로맨티스트이고 집안 곳곳을 스스로 손보고 고치는 만능 핸디맨 이며, 자상함까지 듬뿍 갖춘 좋은 남편”임을 강조했다. 로즌솔은 끝으로 “남편과 잘 어울릴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남편에 대해 알게 돼 또 다른 러브스토리가 시작되길 간절히 소망 한다”며 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위해 칼럼 아랫면을 공백으로 남겨둔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 왔다. 이제 나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자. 정말 냉정하게 한 번 물어보자: 지금 내가 로즌솔 여인처럼 암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까? 더 심술부리고, 더 많이 짜증내지 않을까? 나 죽고 난 다음에 남편의 행복 따위까지 과연 생각해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로즌솔의 죽음도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죽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혼자 남게 될 남편을 위해 “대리 공개구혼”까지 나서며 쓴 칼럼이 우리의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아프게 한 것은 로즌솔 자신에게 허락되어 있던 제한적 시간과 공간 속에서 조금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남편을 사랑하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장 절박하고 비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죽음보다 남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를 보면서, 얼마나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고 따뜻하게 잘 해 주었으면 죽어가는 아내가 남편을 위해 “내 남편의 새 부인을 구합니다.”라는 공개 구혼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 아내는 하나님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 선물과도 같은 소중한 아내를 모든 남편들이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더 잘 대해 줄 수 있다면 우리도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편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남편으로서도 이보다 더 행복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아내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해서 부끄럽다면 나는 아내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한 사랑도 사랑이 아니다. 합의되지 않은 이기주의에서 오는 자기 욕심일 뿐이다. 정말 그렇다. 아내 사랑은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어떠한 환경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내를 배려해 주어야 하는 의지이다.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남편 자신의 욕망만을 이루기보다 아내의 행복과 기쁨을 채워주는 존경받는 남편이 다 될 수 있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