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편집장>
코로나 때문에 이상한 때가 되어 버린 요즘에 며칠 전엔 미국독립기념일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독립기념일 때마다 일년에 한번, 동네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이번엔 못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을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모여 동네 퍼레이드를 구경 가고, 바베큐로 저녁 식사를 한 후 각자가 앉을 접이 의자 하나씩을 들고 불꽃놀이를 하는 동네 공원에 가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한여름의 밤을 보내며 휴일을 즐기는 일이 가족 행사가 되었는데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에 우리 부부만이라도 여름이니 마당에서 바베큐를 해먹자고 저녁 때가 다 되어서 슬슬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땔감을 마련하고 그릴을 준비하는 동안, 저는 쏘세지와 핫도그, 야채, 샐러드, 그리고 시원한 맥주 등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끼리만의 바베큐 저녁을 마치니 날은 어두워 지고 불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따라 하늘엔 휘영청 보름달이 밝게 떳고 나뭇가지 사이로 달님이 살짝 살짝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을 때, 어디선가 폭죽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불꽃놀이를 하나?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소리는 달이 뜬 남쪽에서 나는 거였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의 넓은 운동장에서 무언가 하나 보다, 하고 우리는 불 때던 것도 놓아 두고 그쪽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로 가보니 불꽃놀이를 하려고 몇몇 사람들이 불을 놓고 있는 게 어둠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고 우리처럼 소리를 따라 구경 나온 사람들—대부분 중고등학생들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어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경찰들도 와서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예년처럼 동네에서 하는 멋진 불꽃놀이는 아니었지만 금년에 코로나 때문에 불꽃놀이가 금지된 독립기념일을 그냥 지나기 서운해 하는 사람들이 각자가 준비한 소박한 불꽃놀이, 그렇지만 하늘 높이까지 올라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색색으로 밤하늘을 수놓았고 소리도 그럴 듯한,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기에 충분한 코로나 시대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였습니다. 공원에서 불꽃놀이가 다 끝난 후에도 작은 골목에서, 그리고 집집끼리 하는 작은 불꽃놀이는 한밤중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불꽃놀이 소리를 따라 여름의 밤길을 거니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밤을 “Chasing the Fireworks (불꽃놀이를 좇아서)”라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상한 시대를 지나는 이상한 나라. 뭐, 나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은 어쨌든 사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시대를 지나려면 시대에 적응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새로운 사고 체계를 갖고 시대가 필요한 모양으로 살아야 겠고, 또 새로운 시대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겠지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일해야 하고, 식당이나 상점들은 방역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합니다.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것이 금지되어 대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일이 금지되어 학생들은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합니다. 사람들의 모임도 금지되어 크고 작은 행사를 못하게 되고, 특히 교회 예배당에서의 예배 모임, 친교 모임도 모두 금지되고, 대신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교회마다 예전에는 교회 웹싸이트를 운영하고 목사님들의 설교 동영상을 올리는 것에 소홀히 했었지만,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회, 예배 방식으로 온라인 예배는 이제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초기에 맞았던 지난 부활절 때에 드려야 했던 성찬식을 온라인 예배와 함께 온라인 성찬식으로 드리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를 놓고 한창 논란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성찬식을 제가 처음으로 손수 준비한 성찬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매달리심을 생각하며 감사함으로 드렸던 일이 참 좋았습니다. 온라인이든, 현장 예배이든 어떤 모양으로나, 어디에서나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그 자리가 바로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주시는 곳이니까요.
어쨌든 이 이상한 시대를 지나야 한다면 즐겁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을 하나님은 원하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