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오늘은 교회 35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35주년이면 거하게 축하와 감사의 행사를 치뤄야 할 터인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임원회에서 행사를 9월중으로 옮기기로 해서 이번 주는 무척 조용하게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서 인생이 많이 “조용”해진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제 조카가 결혼을 했습니다. 저의 쪽 자녀 세대에서는 첫번째 결혼을 하는 것이기에 저의 집에서는 큰 경사인데 조촐하게 가족들만 열댓명 모여서 저희 교회에서 식을 치뤘습니다. 원래는 링컨팍 근처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리려고 준비중이었는데 코로나로 모든 예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이렇듯 “조용한” 결혼식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저의 첫아이의 생일입니다. 이제 자신의 건강보험을 가져야 하는 성인중의 성인이 되는 나이라 친구들이랑 뻐쩍지근하게 파티를 할만한데 역시 코로나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약혼녀 부모님께서 집에서 상을 차려 주신다고 해서 저의 부부랑 6명이 단촐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제일 힘든 것이 이렇듯 축하할 일을 기쁨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슬프고 아픈 일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ㅊ 장로님 어머님께서 지난 토요일 한국에서 돌아 가셨는데, 전에 같았으면 장로님댁에 함께 찾아가 예배 드리며 위로해 드렸을 텐데 그렇게 못하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또한 ㄷ 권사님 아버님께서 2주전에 돌아 가셨을 때도 장례식에 교인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오는 목요일로 예정된 유골 안치 예배는 야외에서 진행되기에 가족 외 교인들의 참석이 -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와 함께 - 가능하다고 합니다.)
뉴스를 들으니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 사례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는 그나마 조금은 콘트롤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긴 한데 연일 나오는 뉴스의 통계는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저희 EM에서 놀랄만한 행사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지난번 George Floyd의 죽음으로 인해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시작되었을 때 저희 교회 EM 에서 모임 하나를 만들어서 이렇게 사회가 어지러운 때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그 모임 주관으로 아시안 아메리칸의 시각에서 인종 차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웨비나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웨비나 페널리스트로 쟁쟁한 분들을 모셨더군요. 노스팍 칼리지에서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시는 안일섭 교수님, 그리고 게렛 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조원희 교수님, 그리고 시카고 신학교에서 역시 조직 신학을 가르치시는 서보명 교수님 등 한자리에 웬만해서는 함께 모시기가 어려운 분들을 한꺼번에 모셔서 귀한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일들도 많지만, 또한 이런 흔치 않는 기회도 얻게 되네요.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면서 찬양 부분이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제 조금씩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지난 주일에 같이 찬양팀이 인도하는 찬양 영상을 만들어 사용하게끔 되었습니다. (이번에 이 일을 위해서 수고해 주신 찬양팀, 미디어팀, 그리고 전도사님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모습이 도전이 되었던지 지난 금요일에는 중고등부 찬양팀이 모여서 새로 시작한 중고등부 온라인 예배를 위한 찬양을 녹화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조금씩 풍성해지는 중고등부 예배가 또한 기대 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매주일 풀밴드 찬양 영상을 만들기가 조금은 버거워서 이번 주일 찬양은 저와 전도사님 두분이서 각자 기타 하나씩 들고 찬양을 인도하는 방법을 택해 보았습니다. 목회 시작하면서 “세시봉” 스타일 찬양 인도를 한번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이번에 코로나를 핑계로 소원성취(?!)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뉴노멀”이 그리 나쁘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 온라인 예배를 평가하면서 사각형 갇혀진 화면으로 드리는 예배가 오히려 집중하기가 더 좋다는 얘기, 그리고 가족이 함께 예배 드리는 것이 은혜롭다는 얘기 등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해 보게 됩니다. 조용히 맞는 35주년에 조용히 새로운 시대를 꿈꿔 봄이 그나마 감사한 하루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제일 잘 적응한 교회답게 요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교회 같아요.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