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뉴저지를 떠나 이곳으로 이사 온 후 6개월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냈습니다. 혼자 산다는 것, 처음에는 낯선 방에 덩그러니 홀로 누울 때 실감이 나더군요. 그 다음은 혼자 밥 먹을 때, 일주일 치 빨래 들고 코인 빨래방 갈 때, 혼자 영화관 갈 때, 넥타이를 매고 잘 어울리는지 거울 보고 물어볼 때, 감기 걸린 날에도 내가 밥 차려 먹을 때....
그러다 전혀 뜻밖의 상황을 만났습니다. 등이 가려울 때! 아무리 애써 보아도 영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앞 방 아저씨에게 긁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혼자 이리저리 시도하다가 문득 든 생각, 아내 등은 누가 긁어주나.
아무리 애를 써 봐도
혼자서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곳
슬픔은 쉬이 깃들지만
마주 대면
아랫목처럼 따뜻해지는 곳
다가올 땐 잘 모르다가도
멀어질 땐
파도처럼 들썩이는 곳
늘 어둑어둑해지기 쉬워서
오 촉 등(燈) 하나쯤
걸어 두어야 할
내 몸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
- 류지남, <등>
등, 특히 내 손이 잘 닿지 않는 등의 그곳은 ‘내 몸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입니다. 내 몸에 붙어 있으나 내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 이름은 ‘등’인데 너무 어두워 ‘등’이 필요한 곳.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손길로 긁어주고 토닥토닥 해 줄 때 비로소 시원해지고 따뜻해지는 곳. 눈물 삼키며 파도처럼 들썩일 때 누군가 쓰담쓰담 해 주면 그제서야 가라앉는 곳.
교회가 세상의 어둑어둑한 등을 밝혀주는 등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마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