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변호사>
진탕 술을 마시고 낯선 여인과 몸을 섞고 왔다. 상관 이레니우스 변호사가 출두해야 하는 법원 일정을 조율하느라 간 로마출장 중에. 이제 안면이 터서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된 로마 고위층 관계자는 내게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라며 그동안 몰랐던 별천지를 보여 주었다. 나는 일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싶었고 오고간 몇 순배의 포도주는 찰라의 환락으로 나를 이끌었다.
예수를 믿기 전에도 순진하고 모범적이던 나였다. 신앙 이후 더욱 고지식해진 내 성품은 일로 성공하는 데에는 종종 방해가 되었다. 세상에서 만나는 인간 관계는 늘 어느 이상 깊어지지 않았다. 물론 적지 않은 이들이 내 그런 품성을 격려하였지만, 내 맘 속에는 경건함에 대한 추구보다는 늘 한켠 일탈을 꿈꾸는 욕망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수는 이런 나를 이해해 주실까. 제국에 사는 내게 천국의 윤리는 기쁨의 동아줄이 아니라 부담스런 숙명이라고 얘기하는 나는 참으로 믿음이 없는 죄인이로다. 베드로가 순교 전에 남긴 편지의 글귀가 오늘 내 마음을 후벼 판다.
"외모로 보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이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즉 너희가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 (베드로전서 1:17)
*그림 설명
베드로의 순교 Martyrdom of St Peter, 1546-50 Fresco 프레스코, 625 x 662 cm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 – 1564)
Cappella Paolina(바울 채플), Palazzi Pontifici, Vatican City 바티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