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요즈음 미국 의회가 우체국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한 쪽에서는 우체국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우체국 서비스를 최대한으로 살리려고 하는 줄다리기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우체국 예산 삭감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금년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우편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더욱 논쟁이 뜨거운 것 같습니다.
이 문제의 중심에는 우체국 서비스가 가장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란 점에 있습니다. 예로 100마일 떨어진 몇 집 안 사는 작은 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려면 그 만큼 비용이 더 들지만, 그럼에도 똑같이 55센트에 편지를 배달해 줘야 하는 것이 우체국 서비스란 점에서 비효율성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효율적으로 민영으로 죄다 바꾼다는 것은 어렵게 변두리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차별하는 정책이 되기에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고요.
사실 이러한 딜레마는 우편 서비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시설의 경우 돈이 안되는 곳에도 충분한 의료서비스가 제공 될 수 있도록 해야 온 나라가 건강해 지기에 적정한 비율로 공영 의료 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요. (이번 미국이 코로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공중보건 예산의 삭감을 들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로 효율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통해서 개개인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에 공동체 전체를 위한 길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공동체 안의 개개인을 무시한채 전체만을 위한 길을 고집한다면, 이는 또한 공동체를 이루는 각 지체들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기에, 이 또한 결국은 전체를 힘들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밸런스의 문제인데 그 밸런스란 것을 찾는 다는 것이 쉽지 않죠.
요즈음 임원회때 마다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밸런스의 문제입니다. 교회 예산이 30% 줄어들면서 어느 부분을 줄이고, 어느 부분을 남겨 둘까 하는 고민이 쉽지 않네요. 지난번 임원회에서도 교회 청소하는 custodian의 문제를 놓고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교회 건물을 거의 쓰지 않기에 청소의 필요성이 대폭 줄어들어서 청소에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효율적”이느냐는 생각과 청소하시는 분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면 이 어려운 때에 더욱 “함께”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모두 타당하게 여겨져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매주 하던 청소를 2주에 한번으로 줄여서 밸런스를 맞춰 보기로 했습니다만 ...
앞으로도 얼마간 쉽지 않겠죠? 밸런스를 맞춰보려는 노력은 점점 더 힘들어질 수 있고요. 교회뿐 아니라 개인의 삶 가운데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계속 오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자녀들의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놓고 고민하신 분들이 있고, 사업체를 열 것인가 닫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교회도 앞으로 이런 고민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우리 교회가 속한 연합감리교내 한인교회총회 상임 위원회가 줌으로 있었습니다. 여러 안건 중에서 한교총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은 교회 돕기 운동에 관한 보고가 있었는데, 그 보고에 의하면 교회돕기 헌금이 총 $79,335 이 모여서 1차로 24교회에 천불씩 $24,000 이 지급되었고, 이어서 2차로 도움의 손길을 주려고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이미 힘든 교회들을 돕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어서 전국적으로 계산을 해 보니 13만불이 넘는 성금이 이미 전해진 것으로 집계 되었습니다. 어려운 때이지만 힘을 모으니 이렇게 감사한 소식도 듣게 되네요.
지난 주에 선배 목사님 한 분이 할아버지가 되셨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다른 선배 목사님께서 암치료를 시작하신다는 소식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좋은 일, 나쁜 일이 적당히 밸런스를 이루는 세상을 지금까지 살아 온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갑자기 우린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분이 우리와 늘 함께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분이 앞으로도 우리를 밸런스있게 붙잡아 주시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 지는 가을 문턱입니다.
2020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