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교수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코로나19 시대의 연대는 모두가 흩어지는 것”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설교자는 아니지만, 이 혼란한 전염병의 시대를 조율하는 지도자의 이 한 마디가 예사롭게 들리지가 않는다. 마치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 눈멀고 귀먹은 하나님 백성에 대고 소리치는, 광야의 소리처럼 들린다.

 

 

‘흩어지기를 두려워 말라. 그것은 새로운 연대의 시작이다!’ 그렇게 들리지 않는가. 기존의 ‘연대’는 썩어 문드러졌다. 모일수록, 서로를 죽이는 부패로 병들어가던 연대가 아니었던가.

‘흩어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연대’의 창출을 위해서다. 이 ‘흩어짐’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 이전의 ‘연대’로 돌아갈 수 없을 때까지일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연대’를 찾아낼 때까지가 아닐까? ‘흩어짐’의 고통이 ‘새로운 연대’의 기쁨이 될 때까지 아닐까?

 

‘연대’(solidarity)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신약의 용어가 있다면 ‘코이노니아’(koinonia)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말이 된다. ‘코로나 시대의 코이노니아는, 모두가 흩어지는 것’, 어떻게 ‘흩어지는 것’, ‘모이지 못하는 것’이 ‘코이노니아’가 되는가? 된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자주 자신의 ‘언약’ 백성을 다루시는 방식이다. ‘언약’도 ‘연대’의 다른 이름이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이 그 언약, 그 코이노니아, 그 연대를, 훼손하거나 더럽히거나 썩게 만들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변질시킬 때마다, 그들을 흩으셨다. 흩으심으로써, 거기서 다시 그들과의 코이노니아, 연대를 새롭게 하셨다. 바벨탑을 무너뜨리시고, 다윗 왕국과 첫 번째 성전을 무너뜨리시고, 예루살렘 성전까지 무너뜨리시면서, 자기 백성을 흩어버리셨다.

 

‘디아스포라’(diaspora). 이것이 다시는 예루살렘 성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래서 로마 제국의 변두리에서 나그네와 행인으로 살며, 가정에서, 일터에서 모였던, 새 언약 백성의 정체성이다. 교회의 다른 이름이다. 거기서, ‘디아스포라’가 된 교회 안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연대’, ‘새로운 코이노니아’, ‘새로운 언약 백성’을 창조하셨다. ‘살아 있고 신령한 하나님의 집, 성전’으로서의 자기 백성이다. 그것도 역설이다.

 

 

코로나19시대에 어쩌면, 저 광야의 외치는 소리를 따라, 흩어짐을 기꺼이 직면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연 언제 이 ‘흩어짐이 끝날 것인가?’ 그것은 흩어짐을 면치 못한 그 ‘옛 연대’가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연대’, ‘새 코이노니아’, ‘새 교회’를 만들어낼 때까지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 달려있지만, 우리에게도 던져진 숙제이다. 수치의 재를 뒤집어쓰고, 비통한 가슴을 치며, 눈물 속에서, 부르짖음 속에서, 찾아내어야만 하는 교회의 길이다.

 

 

*채영삼 교수님은 시카고에 소재한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박사학위 중 복음장로교회를 거쳐 갈보리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시고 귀국하셔서 현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