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2 15:28

부대찌개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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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목사 / 에버그린 커뮤니티교회>

 

아이들과 쇼핑몰에서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가 출출해지면 밖에 나온 김에 저녁밥을 먹게 된다. 그러면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요즘같이 날씨가 으스스 할 때는 뜨뜻하고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진다. 당연히 한국 식당에 가서 찌개 종류를 찾게 되고, 그 중에서도 부대찌개 같은 것이 있으면 더 할 나위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잠시지만 뭘 먹을까 궁리들을 한다. 아빠 말대로 부대찌개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이왕 나온 김에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먹고싶기도 한 것이다.

한국에서 낳고 자라다 미국에 온 이민자들(소위 이민 1세들)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려서 한국이라는 문화 속에서 자랐고 한국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살아왔다. 그러므로 이들의 내면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미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처음 미국으로 왔을 때, 이들의 마음속에 미국에서의 새로운 개념과 행위들을 배우게 되지만 그런 것들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위에 표면적으로 얹어지는 것 뿐이다. 따라서 아무리 이곳에 오래 살아도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국말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서로 모이면 한국의 정치나 경제, 사회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한국적인 문화와 전통을 미국 것 보다 더 좋아하고, 또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미국 문화와 사회를 판단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민 1세 중 많은 사람들이 은퇴할 때가 되면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 가고자하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처럼 이민 1세들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문화에 동화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에서 기능을 할 수 있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여 사는 것 뿐이지, 자신이 이민 사회 속에서 언제나 outsider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태어난 2세나 1.5(정확히 말하면 13세 이전에 이민온 세대)들은 1세와 다르다.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하는 고민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부모세대는 물어볼 것도 없이 부대찌개나 순두부면 OK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자녀들은 부대찌개와 pizza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문화 속에서 정말로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직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집에서는 부모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믿고 지키는 가치관과 문화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운다. 서툴지만 한국말도 배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된다. 그렇지만 학교에 가서 그들만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와는 다른 미국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아이들의 내면 속에 두 개의 세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 문화가 짬뽕으로 섞이는 것이 아니다. 또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위 Twinkie, banana도 사실은 아니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생긴 것만 한국 사람이고, 속은 미국 사람) 것이 아니란 말이다. 1.5/2세들은 엄연히 한국 사람으로서의 문화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미국 사람으로서의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 모르게 많은 갈등과 고민을 겪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부대찌개와 피자 속에서 늘 갈등을 하며 살아가며 때로는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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