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변호사>
글로바 (Cleopas).
골로새 교회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글로바를 잊을수 없다. 골로새의 은인 글로바. 예수의 작은 아버지, 그러니까 목수 요셉의 동생 글로바는 아내 마리아와 함께 노년을 이곳 골로새에서 보냈다. 골로새 교회는 사도바울이 직접 세우지 않았음에도 나를 통해 편지를 전달하여 격려할 정도로 –역자주: 골로새서 4장9절-- 중요한 교회가 되었고 에바브라와 빌레몬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하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글로바는 조용한 섬김으로 이 교회를 더욱 든든하게 만들었다.
의사 누가가 예수의 복음서 마지막 장에 –역자주: 누가복음 24장 13절 이하-- 마가와 달리 –저자주: 마가복음 16장 12절 참조-- 글로바의 이름을 넣어준 것이 너무 반갑고 고맙다. 예수의 아버지 요셉이 일찍이 세상을 떠난 뒤, 동생 가정을 말없이 후원하였던 글로바와 마리아. 예수의 직계 친척이었지만 교회가 커지는 지난 삼십여 년동안, 요셉의 이름이 그러하듯, 이상하게도 관심밖으로 사라져가던 이름이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던 날 막달라 마리아와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아내 마리아와 달리 – 역자주: 요한복음 19장 25절-- 글로바는 다음날인 안식일까지 절망 가운데 두문불출하였다. 그 다음날 새벽 예수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여자들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그는 허탈한 심정으로 예루살렘 서쪽 10킬로 떨어진 엠마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오후 햇빛이 서쪽을 향하는 그의 눈을 부시게 할 무렵 부활한 예수가 나타났다. 동행 중 대화하며 저녁을 같이한 일은 글로바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었다. 부활하여 자신에게 나타나 성경을 풀어 주었던 예수는 더 이상 그의 조카가 아니라 진정으로 신이 된 것이다.
예수를 눈으로 보고 음성을 들었던 한 세대 전 제자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나 같으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인 기적을 직접 보았다면 예수를 영원히 따라 다녔을텐데 하며. 그리고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한다고 살아생전 그토록 예고하였거늘 어쩌면 그렇게 한 사람도 믿지 않았던지 의아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글로바가 골로새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수의 행적을 알고 본게 구원을 주는게 아니라고. 엠마오 도상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난후 비로소 그의 마음이 뜨거워졌다고. 나는 어떠한가. 성령은 내게도 임하였는가. 나는 오늘 마음이 뜨거운가.
*역자주: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가 부활한 예수를 만난 이야기는 매우 유명합니다. 누가복음에 실명이 기록된 글로바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기록입니다. 요한복음에 사도 요한이 예수의 십자가 옆에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마리아 중 하나가 글로바의 아내라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 두사람이 동일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초대교회 때부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오늘의 독백은 그 논쟁을 종결시키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엠마오는 현재는 이스라엘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오네시모가 예수를 실제로 보고도 제대로 믿지 않은 직계제자들을 나무라는 대목은 역자에게도 매우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예수가 조카였던 글로바가 인간 예수를 신의 아들 예수로 받아들이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웠을 것인가. 갈릴리 호숫가에서 목수일 하는 청년 예수가 어느날 갑자기 선지자 같은 예언과 가르침과 이적을 행할 때 그를 원래 알던 사람들이 어쩌면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글로바의 고백은 역자에게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뜨거운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는가. 그게 열쇠일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