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번째 이야기: 라오디게아의 눔바와 재회하다

 

 

 

 

 

<김영언 변호사>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가 심해지고 있다. 네로 시절보다 더하다. 황제는 예수의 마지막 남은 직계 제자 노사도 요한을 에베소에서 추방하여 에게해 연안 남서편의 밧모섬으로 유배를 보냈다. 강제 노역을 마치고 에베소로 돌아온 사도는 놀라운 책을 적어 교회들에 회람을 부탁하였다. 천국과 심판에 대한 예언이 담긴 묵시록. 그 책 앞부분에 에베소 인근의 7개 교회를 직접 지명하며 예수가 전하는 훈계와 예언이 적혀 있다. 에베소로부터 시작한 예언은 라오디게아 (Laodicea)에서 멈춘다. 골로새는 거기에 없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골로새 교회보다 더 커진 라오디게아 교회를 실로 오랫만에 찾았다. 골로새 서쪽에 인접한 라오디게아는 에베소로부터 아시아로 가는 주요 통로에 위치한 부유한 상업 도시이다. 뜻밖에도 아직 눔바 (Nympha)가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교회 지도자이자 사업가였던 매력적인 여인 눔바. 그녀를 처음 본게 언제던가. 사도 바울이 살아생전 나를 통해 골로새로 편지를 보낼 때 그의 지시에 따라 라오디게아에 같은 편지를 전달하던 그날이었다. 라오디게아 교인들이 당시 모이던 가정 교회가 바로 눔바의 집이었다. 추억해 보니 나는 당시 라오디게아에 이미 바울이 별도로 보낸 편지 필사본을 그녀에게 받아 골로새에 가져오기도 했다. (*저자주: 골로새서 4장 15, 16절 참조) 눔바와 나는 그때 정말 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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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요한의 묵시록 세번째 장 (*저자주: 요한계시록 3장 14절 이하)을 읽는 눔바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여전히 고운 그녀가 라오디게아 교회 사정을 얘기하였다. 지금 교회를 진정 어렵게 만드는 것은 황제의 핍박이 아니라 이 도시의 부유함이라고. 부족한 것이 없다고 말하며 차지도 뜨겁지도 않게 신앙 생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눈을 치료하는 안약으로 유명한 이 도시를 두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보라고 예수가 비유로 명령하는 대목에서는 작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라오디게아를 향한 예언은 이렇게 끝이 난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으리라.”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음성을 듣고 나는 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신앙의 길은 아주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던 그녀의 하얀 얼굴이 헤어진 지금도 내눈에 아른거린다.

 

 

* 역자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라오디게아 교회에 대해 오네시모가 적은 흥미로운 기록입니다. 골로새서를 보면 사도 바울이 골로새에 보낸 편지를 인근 도시인 라오디게아 교회에도 전해 달라고 합니다. 그때 그 교회의 구성원 한명의 실명이 언급되는데 그 이름이 눔바입니다. 눔바에 대해서는 그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해서도 다소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문맥으로 볼때 초대 교회의 여성지도자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방 지역의 초대 교회는 유대인 이민자들의 회당에서 모이지 않는다면 이와 같이 유력한 신자의 집에 모이는 가정 교회 형태였을 것입니다. 오네시모가 눔바를 기술하는 표현을 보면 그가 눔바에게 다소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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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3장에는 소아시아 7개 교회에 대한 예언이 적혀 있습니다. 라오디게아 교회에게는 칭찬 없이 훈계만 남기면서 마지막에 계시록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인 문 밖에서 두드리는 예수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오네시모는 전승에 의하면 말년을 에베소 교회의 감독으로 지냈으며 요한 사도를 핍박한 같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순교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베소에 복귀한 사도 요한이 곧 세상을 떠나고 이 글이 쓰여진 뒤 얼마 뒤에 오네시모가 에베소의 감독으로 부임했다고 추측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