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한국에서의 마지막 투표는 문재인, 미국에서의 첫 투표는 죠 바이든으로 나름 개인적인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미국의 경우엔 한국처럼 촛불을 들지는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감흥이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하늘인데도 세상이 바뀐 느낌이다. 며칠 잠을 설쳐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일상적인 주말을 챙겼다.
오늘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성경필사를 하며, 죠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건강과 체력을 위해 기도했다. 당장 펜데믹 상황, 인종차별, 분열된 미국의 단합 등 후퇴한 미국의 현안만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을테니 강건함이 절실하다.
주말이 되면 행주, 식탁매트, 식탁보, 면마스크, 면장갑..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밤이 – 우리집 반려견—의 빨아 쓸 수 있는 오줌 패드를 세탁해서 재정비한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 일 주일을 싸우기 위해 무기를 정비하는 느낌으로. 이것은 자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건강을 위해 뭔가를 실천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중 한가지 생활화한 것이 검은콩 밥 먹기다. 주말에 한 달치 먹을 것을 미리 삶아 나누어 냉동시켜서 밥 할 때 조금씩 넣는다.
밤이 사료에도 꼭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를 데쳐 얼려 두었다가 아주 조금씩 섞어준다. 야채는 골라 내는 막내 아들내미 보다가, 야채 넣어야 와구 와구 사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 먹어 치우는 강쥐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친정 엄마가 왜 버릇처럼 "입 쫙 벌린 아기새 입 속에 먹이 들어가는 거랑, 내 새끼 입 안에 음식 넣고 오물거리는 것 보는 것 만큼 보기 좋은 것이 없데이~." 하셨는지 알 것 같다. 팔순이 넘으신 엄마는 지금도 오십이 넘은 자식들 먹거리를 그렇게 챙기신다. 엄마에게 먹거리 챙기기는 ‘사랑’이다.
이번 주는 두 목사님의 온라인 설교를 골라 들었다. 코비드 덕분 (?)에 설교 말씀까지 골라 듣는 재미 (?)를 갖게 되다니! 표현은 달랐지만 두 분 말씀이 모두 “나 자신이 보석 (예수님)을 담는 성전이 되라”는 말씀이었다. 살아있는 신앙인의 모습을 되새겨 주는 말씀이라 해석된다. 교회에 안 간지가 벌써 6년이다. 맨날 혼자서 반 의무적으로 성경 필사만 하는 내가 ‘신앙인인가’라는 자문과 죄책감이 들 때가 많았는데, 오늘 말씀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할 일과 청소를 마친 뒤, 집안 냄새를 없애기 위해 평소 애정하는 향을 피우고, 차 한잔 들고 앉으니 세상 평화롭다.
고맙습니다.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