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동화작가; 동화구연가>
열매맺는나무(음성).mp3 (이 링크를 눌러 동화 구연을 들으세요.)
열매 맺는 나무
“와! 집에가는 시간이다……”
수업이 끝나자 한나는 얼른 운동장에 있는 놀이터로 달려 갔어요.
놀이터에 가보니 성훈이 혼자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지요.
“성훈아, 늦어서 미안해.”
“괜챦아.”
성훈이는 빙그레 웃고 있었어요.
“성훈아, 그런데…너 이번주 목요일에 뭐 할거니?”
“금요일? 몰라, 그런데 왜?”
“응, 금요일에 나 피아노 발표회를 하거든…… 그리고, 합창도 하는데…… 너 보러 오지 않을래?”
한나의 말에 성훈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그럼 갈께…… 아냐, 금요일이라고 했지? 어떻하지? 나 그날 우리 할머니댁에 가야하는데……”
“할머니네? 왜? 왜 가는데?”
“응, 그날이 할아버지 제사라고 아빠가 그러셨어. 꼭 가야돼. 가서 할아버지께 절해야 돼.”
“제사? …..”
‘어? 그러면 안되는데… 그건 우상을 섬기는 아주 큰 죄라고 배웠는데……아냐, 내가 잘못된 거라고 말하면 성훈이가 날 싫어 할 지도 몰라. 그래도 우상은 섬기지 말라고 했는데……’
성훈이와 헤어져 집으로 오는 동안 한나는 계속 마음이 무거웠어요.
‘에이, 모르겠다. 귀챦아!”
집에 들어가니 할아버지께서 톱으로 배나무를 자르고 계셨어요.
“할아버지, 왜 이렇게 튼튼한 나무를 잘라요?”
“허허, 한나야, 네 눈에는 이 나무가 튼튼해 보이니?”
“그럼, 아녜요?”
“몇해째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마당만 차지하고 있으니 이제는 베어버려야지.”
그러고 보니 정말 몇년 동안 배나무에 배가 열리는 걸 보지 못했어요.
뒷마당에 있는 달고 시원한 배를 먹어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았지요.
“어디, 우리 손녀는 이 배나무 같진 않겠지?”
할아버지 말씀에 한나의 눈이 둥그래졌어요.
“네? 할아버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예요?”
“배나무에서 배가 열려야 하듯이 사람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단다. 한나야, 너는 네 할 일을 다하고 있니?”
“그럼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피아노 발표회 준비도 잘 하고 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는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셨어요.
“그럼, 그래야 우리 손주지. 그런데 한나를 이렇게 예쁘고 지혜롭게 키워주신 하나님을 위해서는 뭘 했을까?”
순간, 한나의 가슴이 덜컹했어요. 조금전에 만났던 성훈이 생각이 난 거예요.
할아버지는 계속 말씀하셨지요.
“사람이나 나무나 자기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이 배나무처럼 베어져서 불에 태워지는 수밖에 없지…….”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있던 한나는 고개를 숙였어요.
할아버지께 성훈이와의 이야기를 말씀드리자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한나를 무릎에 앉히셨지요.
“한나야, 너도 열매를 맺어야지. 듣고 배운데로 열심히 전도를 하는거야.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쟎니?”
‘어? 그거 오늘 전도사님 설교이셨는데…… 그게 그런 말씀이었구나.’
저녁밥을 먹고 난 한나는 문득 뒷마당이 보고 싶어졌어요.
창문을 열어보니 조금전까지만해도 늠름하게 서 있던 배나무의 자리가 텅비어 있었지요.
한나는 무서웠어요.
“그래, 난 저렇게 쓸모없어서 불에 태워지는 나무가되지 않을거야. 열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 기도하는거야.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들어 주실거야.”
한나는 두 눈을 꼭 감았어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제가 성훈이를 전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훈이가 우상에게 절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나는 간절히 기도했어요.
하나님께서 예쁜 한나의 기도를 꼭 들어주실 거예요.
요한복음 15:16-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하고 또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