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교수>
한국 찬송가집에 실려 있는 추수감사절 찬송들 중에 특별히 한국인이 작사하고 작곡한 감사절 찬송인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 빼어나게 시적이고 아름다운 가사, 한국 고유의 장단과 우리 민요에 사용되는 오음 음계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이 찬송은 소설가 임옥인 권사님이 찬송시를 쓰시고 작곡가 박재훈 목사님이 곡조를 만드셨습니다. 임옥인 권사님은 한국의 근대 문학계를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로서 다작의 소설을 남기셨고 또한 대학 교수이자 농촌계몽운동가로 활동하신 분입니다. 이 찬송시는 한국 찬송가위원회가 특별히 한국적인 찬송의 창작을 위한 가사를 공모하였을 때에 당선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선발된 이 가사는 당시 몇몇 작곡가들에게 보내졌고 또 그 작곡가들이 보낸 곡조들 중 박재훈 목사님의 곡조가 선택되었고, 이렇게 탄생한 찬송은 1967년에 만들어진 개편찬송가집에 포함되게 됩니다.
이러한 한국적인 찬송은 통일찬송가집이 만들어진 1980년대까지만해도 예배찬송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새로 편찬된 새찬송가집에는 상당한 숫자의 한국가락 찬송가가 실리게 됩니다. 이 새찬송가, 혹은 21세기 찬송가라로 불리는 찬송가집이 현재 많은 교회에서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고, 따라서 이제는 한국인이 작사 작곡한 찬송들을 예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적인 느낌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추수감사절 찬송은 놀랍게도 몇몇 미국 찬송가집에도 실려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 더 많은 한국적인 찬송가들이 미국찬송가집에 포함되기를 바래 봅니다.
힘들게 지나온 한 해를 마감하면서 이 찬송 가사처럼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열매와 알곡들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고난의 시기에 하나님께 진심으로 돌이키는 우리의 마음, 이 시련을 통해 주시는 인내의 열매, 어떠한 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 주시는 영원한 삶에 대한 굳건한 소망이 바로 올해의 진정한 열매가 아닐까 합니다. 단풍 사진들로 가득한 영상 찬송을 들으시는 중에 우주 공간 구석구석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위대하고도 따스한 사랑의 손길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찬송을 불러 주신 독일 라이프찌히 한인교회 이건욱 집사님과 가슴 뛰는 한국의 가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주신 전 백석대 부총장 주도홍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