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첫번째 코로나 백신이 지난 금요일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 주에 이미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다음주부터 의료계 봉사자들을 우선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시카고 근교인 레이크 카운티에서는 벌써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한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어쨌건 길고 어두웠던 코로나의 긴 터널 끝에 빛이 조금씩 비치는 듯 합니다.
이번주 타임 매거진의 커버 스토리가 “2020 The Worst Year Ever” 입니다. “2020년, 최악의 해”라고 명명할 만큼 2020년도는 그야말로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 였습니다. 좋던 싫던 전염병에 대한 걱정, 근심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매여 있던 해였고, 집안에 갇혀 있던 긴 시간이 답답하고, 지겹고, 우울했던 한 해였으며, 일이 많아지거나, 아니면 아예 없어져 힘들었던 한 해 였습니다. 모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해서 외롭고 그리웠던 한 해였으며, 함께 축하할 일을 축하하고, 위로할 일을 위로하지 못해서 마음 상하고 더욱 애잔했던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 뿐 아니라 인종차별 문제로 사회적 불안이 더욱 심화 되었던 한 해였으며, 상식이 무시된 불안한 정치적 지도력으로 인해서 냉소와 양극화가 우리를 조마 조마하게 만들었던 힘든 한 해였습니다.
물론 백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제는 상황이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희망적인 사인임에는 분명하기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이 또한 선거인단의 투표가 있는 날이라고 하는데 이 일이 또한 지나가면 지난 대통령 선거 후 남아 있던 혼돈도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희망의 작은 빛들이 여기 저기 길을 밝혀 주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금년도 대강절은 참으로 특별한 것 같습니다. 대강절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만 드리게 되어서 특별하기도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소망과 희망의 빛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기다림”이라는 대강절의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오는 그런 특별한 절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2주전 독감을 앓으면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고 일주일 동안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얼마나 애간장이 탔었는지! 그런 기다림은 참으로 힘들더군요.
반면 기다림은 또한 마음 설레게 하는 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전 아내랑 데이트 할 때 아내와 만날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마음은 이미 아내 있는 곳으로 가 있었던 기억을 해 보며, 어느 시인이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고 적은 시구가 생각납니다. 그렇듯 봄을 향해, 코로나가 끝나는 그 때를 향해, 다시 마음껏 만나 예배 드릴 때를 향해 우리의 마음도 쉬지 않고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귀한 손님을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집안 청소에 바빴던 기억도 납니다. 기다림이란 그렇게 나를 돌아보며, 또한 나의 삶을 새롭게 정리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삶, 믿음, 가치관, 신앙 등을 새롭게 돌아보는 그런 귀한 기회가 되듯 말이죠.
창 밖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봄을 기다리며 땅 속 깊숙이 묻혀 있는 뿌리들을 또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때로 기다림은 그렇게 잠잠히 버텨 내는 것이기도 하죠.
이해인 수녀님이 성금요일에 드린 기도시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 당신과 함께 깨어날 /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부활의 영광스런 빛을 소망하며, 그 빛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고 성금요일의 무덤 속에서 기다리는 그 어둠은 ... 그냥 어두운 것이 아니라 “눈부신 어둠”이라는 말이 힘이 됩니다.
코로나로 힘든 이번 대강절이 그렇게 설레고, 의미 있고, 더 나아가 “눈부신” 기다림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강절인 만큼 충분히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아멘!
--2020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