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지난 주일 (3일) 워싱톤 DC 에서는 연방의회 117회기를 시작하며 새로 의원으로 뽑힌 이들의 선서및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의원들 중에 한복을 입고 선서식에 참여한 이가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 그는 이번에 워싱톤 주에서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한국계 흑인 미국인 매를린 스트릭랜드 의원이었습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5살 때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됩니다. 그후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그녀는 워싱톤 대학을 졸업하고 몇 군데 회사에서 일한 후 타코마 시의원으로 2년을 섬기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타코마 시장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워싱톤주의 첫번째 한인 및 흑인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금년 58세인 그녀는 이번 선서식에서 한복을 입은 이유를 “어머님께 보여 드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때 태어나 말이 잘 통하지도 않은 미국에 와서 온갖 차별과 고생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않고 강하고 담대하게 살아온 어머님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한복을 입었다는 스트릭랜드 의원의 모습에 가슴이 울컥해 지더군요.
지난 주에는 또 한명의 한인 연방하원의원의 사진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38살의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으로 그는 보스톤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입니다.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후 미 국무성에서 일했으며,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 보좌관으로도 섬긴 경험이 있습니다.
그후 2018년과 2020년에 뉴저지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되었는데, 지난주 폭도들이 연방의회당을 습격해 난동을 부리고 간 다음날 아침 폭도들이 남기고 간 아수라장의 쓰레기를 묵묵히 줍고 있는 앤디 김 하원의원의 모습이 기자들의 사진기에 잡혀 전해진 것입니다. 그 모습이 폭도들의 난동으로 놀라고 분노했던 마음을 살포시 달래 주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때입니다.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 최고치를 찍어가고 있는데, 미국의 대통령은 계속해서 지탄 받을 행동만 일삼고, 그를 따르는 무식한 폭도들이 신성한 국회 의사당을 침범해 난동을 부리는 가운데, 만약 흑인들이 그랬다면 당장에 총을 쏘고 난리를 쳤을 경찰들은 그런 백인 폭도들에게 그대로 밀려 가고 ...
지난 6일 연방국회 의사당에서 있었던 사건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던 마음에 (피는 물보다 진해서인지) 두 한인 하원의원의 소식이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님 나라 역사는 쓰레기를 줍고, 옷깃을 여미는 것과 같은 그런 작은 행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상기해 봅니다.
출애굽의 놀라운 역사는 갈대상자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온 인류를 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역사는 누추하기 이를데 없는 짐승의 구유로부터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어렵고 힘들기만 한 때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입은 그 한복이, 그리고 겸손하게 쓰레기를 줍던 그 손길이 희망의 잔잔한 여운과 소망의 물둘레가 되어서 2021년을 새롭게 바꿔 나가는 역사가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새날이 되었습니다. 요즈음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새날이 온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새날에 새로운 인생으로 살아가고 새로운 공동체로 변화 된다는 것도 저절로 이뤄지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부지런히 삶의 쓰레기들을 치워내고, 매일 매일 삶의 옷깃을 여미는 그런 수고와 인내를 감수한다면, 우리는 진정 우리에게 주어진 2021년이 새날, 새로운 역사가 일어나는 복된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장 춥다는 소한도 지나고, 대한도 이제 10일 남짓 남았습니다. 시카고 추위가 아무리 춥다 해도 봄은 오고, 코로나가 아무리 창궐한다고 해도, 이 또한 곧 정복되리라는 믿음 가운데, 오랜만에 사무실을 청소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 구두를 닦아 보았습니다. 이렇게 새해 둘째 주일을 맞아 봅니다. 아멘!
--2021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