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습니다

by skyvoice posted Jan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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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꽃_고흐.jpg

 

 

 

 

<박영호 목사>

2 23일에 교회 문을 닫기 시작해서 허공을 보며 설교하는 동안, 목양실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니 보이던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혼자 차를 마실 때면 향이 안을 채우고, 찻잔의 그림이 눈을 채웁니다. 초에 권사회에서 선물해주신 잔입니다. 파란 바탕에 아몬드 꽃이 만개해 있는, 빈센트 고흐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은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조카를 축복하기 위해 그린 그림입니다. 1890,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빈센트에게 테오는 아들의 탄생을 알리며 아이의 이름을 형을 따라 빈센트라 지었다는 편지를 보내 옵니다. “전에 말했듯, 아이 이름은 이름을 따서 지었어. 그리고 아이가 형처럼 단호하고 용감할 있도록 소원도 빌었어.”

화가로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끝에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자신의 이름을 따라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는 말에 빈센트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가졌습니다. 어머니에게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조카가 아버지 이름을 땄으면 좋았을 거예요. 요즘 들어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하지만 이미 이름을 땄다고 하니, 조카를 위해 침실에 만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지요.”

피는 아몬드 나무 완성한 개월 고흐는 스스로 인생을 마감합니다. 정신병원의 답답한 상황에서 미안함이 담긴 고마움, 그리고 그리움 가득한 축복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깊습니다. 저는 고흐와 사도 바울의 삶이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울은 로마의 좁은 감방에서, 고흐는 레미의 정신병원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습니다. 살아 있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뜨게 주었습니다. 깊은 그리움의 사람이었습니다.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들에는 읽는 사람들의 마음 켠에 간직해 그리움을 깨우는 듯한 힘이 있습니다. 성도들을 향한 사도바울의 그리움은 그의 편지를 읽는 열쇠입니다. 멀리 있는 성도들을 보고 싶은 마음, 어린 신앙이 뿌리내리기를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고난 당하는 성도들에 대한 안타까움, 모든 고난을 이기고 주님 앞에 함께 때의 영광을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을 빼고 우리는 바울서신을 제대로 읽을 없습니다.

오늘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몸으로 부름 받은 지체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코로나19 인해 만나지 못하는 가운데 더욱 깊어지고, 그리움과 애틋함 안에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깃들여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 말에 성도님들 사진 하나 하나 이어 붙여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설 순간을 생각하며 여러분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붙였습니다. 그렇게 놓고 교회가 다시 활짝 열릴 날을 기다렸습니다. 교회 문을 열기까지 달이 걸렸고, 아직도 모든 성도가 마스크 벗고 예배 드리고 함께 사랑의 식탁을 나눌 있는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인한 노멀이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 합니다. 많은 관계들이 온라인으로 비대면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사회가 차갑게 메마르게 변할 같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스스럼없이 다가가기는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진실한 관계와 소박한 만남에 대한 필요는 깊어질 것입니다. 복음 안에서의 진실한 관계는 미래사회에 더욱 절실한 필요로 닿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아몬드 나무 그림의 파란 색은 조카 빈센트가 파란 눈을 가졌다는 말을 듣고 선택한 색이라고 전해집니다. 고흐는 파란 색을 유독 좋아한 화가였습니다. 어두운 밤하늘도 파란 색으로 그릴 정도였으니까요.

세상은 어두워도, 현실은 답답해도, 애틋한 그리움을 파란 소망으로 담아낼 있었던 고흐처럼 우리 교회가 하나님께 속한 소망을 그려 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115 포항제일교회를 인도해 오신 하나님, 역사의 어두운 때에 더욱 빛나는 소망으로 교회를 인도해 오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따뜻한 차와 같은 온기, 맑은 하늘 같은 웃음 함께 나눌 있는 공동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 교회소식지 "물댄동산" 5월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