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안녕하세요! 평안하시길 빕니다. 오늘 목회 서신은 병실에 앉아서 쓰는 만큼 안부 인사로 시작하게 되네요. 이번 주일예배 때 제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목회 서신에 잠시 제 사정 얘기를 쓰게 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복통이 가시지 않고 저녁 때가 되어서는 더욱 심해져서 응급실을 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이것 저것 검사를 하더니 대장의 한 부분이 막혀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한다며 입원을 시켜 버려서 이렇게 병실에 들어 오게 되었습니다. 막혀 있는 대장의 일부분을 절단하고 다시 잇는 수술인데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배 전체를 가르지 않고 구멍만 두개 정도 뚫고 하는 어렵지는 않은 수술 같습니다. 수술 후 하루, 이틀 정도 입원하고 퇴원한다고 합니다.
토요일 오늘, 수술을 받는 줄 알았더니 집도의가 와서 제안하길 우선 x-ray로 검사를 한번 더해봐서 완전히 막혔으면 응급수술로 주일에 수술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일 하루 대장 내부를 약으로 씻어 낼 수 있는 만큼 씻어내고 월요일 아침에 수술을 하자고 해서 글을 쓰고 있는 토요일 오후 현재 대기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와야 테스트도 하고 수술도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네요.
지난 주에 저희 교회 집사님 한 분이 막힌 혈관을 뚫고 stent를 넣는 수술을 하셨습니다. 심장 박동이 조금 숨찬 것 같아서 정기 검진을 하러 갔더니 혈압이 너무 높다면서 그냥 입원을 시키더랍니다. 그리고 결국 혈관 두 곳이 막혀 있는 것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잘 받으시고 지난주 퇴원하셨습니다. 전화를 드렸더니 가족도 방문을 못하게 해서 혼자서 외롭게 병실에서 투병하셨다고 하셔서 마음이 짠 했었는데 ... 제가 지금 그러고 있네요.
수술 때까지는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해서 꼼짝없이 월요일까지 “빡센” 금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기도할 때임을 알려 주시는 것 같아서 기도하는 가운데 수술을 준비하려 하고 있습니다.
수술 얘기를 하는 의사들이 흘리면서 하는 말이 잘라낸 부위는 조직검사를 의례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작은 찬스지만 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잠깐 떨리더군요. 그 잠깐 떨리는 순간에 본훼퍼 목사님의 기도시로 만든 “선한 능력으로”라는 찬양이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지난 4일이 본 훼퍼 목사님의 생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은데 ... 아무튼 잽싸게 전화기로 저희 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우찬제 전도사님의 특송 동영상을 찾아 찬양을 다시 들어 보았습니다. 지난 몇주간 계속 맘 속에 맴돌았던 후렴 가사가 다시 한번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 믿음으로 일어날 일 기대하네 /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아무래도 주일 예배를 인도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장 장로님께 연락을 드리고 장로님, 권사님께만 일단 소식을 전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소식을 들은 분들이 여기 저기 카톡방에 소식을 올려 주셔서 여러 교우님들의 기도를 받고 있습니다. 그 카톡들을 보면서 “선한 능력으로”의 찬양의 1절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교인 여러분이 아프실 때마다 병은 자랑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곤 했는데 제게 막상 일이 닥치니 그것도 쉽지 않네요. 제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서 교회 일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송구하기만 합니다. 특별히 저 대신 수고하실 두분의 전도사님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교인 여러분께도 이번 주일부터 대면 예배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두분 전도사님께 대면 예배를 포함한 세번의 예배를 감당하기는 너무 벅찰 것 같아서 대면 예배를 늦추게 되어 죄송하기만 합니다. 주일 예배를 위해서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런 저런 어려움도 여러분의 기도와 하나님의 능력 가운데 이 또한 귀한 은혜의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3일동안 열심히 금식하고 더욱 건강해진 모습으로 찾아가 뵙겠습니다. 병실에 혼자 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네요. 더욱 보고 싶다는 생각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영어로는 “I covet your prayer” 라는 표현이 있는데--샘이 나도록 간절히 원한다는 좋은 표현입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그 맛이 나질 않지만,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기도를 구합니다.
I covet your prayer!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