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바이러스: 눈 오는 날의 아름다운 이야기들

by skyvoice posted Feb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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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봉주 편집장>

 

겨울, 12, 1월까지도 따스한 날씨에 오는 날도 별로 없이 겨울이 지나가려나. 설마 시카고 겨울이 그냥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지는 않겠지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 들어서 벌써 며칠 계속 거의 하루 걸러 눈이 오고 기온도 떨어져 자릿수 기온을 연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화씨로도 0 이하로 내려가 눈도 녹을 사이 없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한번씩 나가 눈을 치워야 하니,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오늘은 눈이 얼마나 왔나,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우리 앞길 인도에까지도 눈이 치워져 있는 발견했습니다. 남편에게 물어봐도 치웠다고 하는데. 아마도 우리 옆집 사람이 그집 눈을 치우면서 조금 수고를 하여 우리 인도까지 눈을 치우나 보다고 고마와 하며, 우리도 우리의 다른 옆집의 인도까지 눈을 치워주고 있습니다.

 

어느날은 우리집 눈을 치우고 차를 몰고 외출을 나가고 있었는데, 옆집 여자, Lydia 눈삽을 들고 그의 옆집 앞길의 눈을 치우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끝집인 집은 길이 끝나는 길이 만나는 코너 집이라 양쪽 길의 눈을 치워야 하니 치울 눈도 많죠.   노인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요새 눈이 많이 오니 눈도 치우고 눈으로 차고 앞길이 막혀있으니  아예 외출도 하고 두문불출하고 집콕하고 있나보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바로 옆집에 사니 그녀가 눈을 치워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여자가 치우는 기계도 없이 눈삽으로만 눈을 치운다던데, 언젠가 우리 남편이 치울 때에 같이 나와 눈을 같이 치워주겠다고도 했답니다. 대단한 여자. 모습을 보며, 저는 남편에게 다음에 오면 당신이 눈을 치워 주라 했습니다. “우리에겐 치우는 기계도 있으니 눈삽으로 치우는 보다는 우리가 치워주는 쉽지 않냐.

 

예전에 우리 동네에서는 동네 사람 몇몇이 치우는 기계를 공동구매하여 함께 치워주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공동구매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였으나, “어차피 너는 기계를 사용하지도 못한다. 우리가 돌아가며 너희 앞까지 눈을 치워주겠으니, 너는 가끔 우리에게 따뜻한 핫쵸코렛이나 대접해 주렴.”하던 이웃이 생각납니다. 우리 바로 옆집의 Norm 아저씨, 옆집의 Winnie 할아버지--원래 이름은 Winston인데 “Winnie the Pooh” 이름이라며,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여--, 그리고 건너집 할아버지, 우리집 건너편의  Mark 옆집 아저씨 -- 이웃의 이름은 기억도 나네요. 지금은 은퇴 다른 곳으로 이사갔거나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돌아가신Winnie 할아버지는 항상 하루에 두번 애견을 산책 시키는 일이 일상이어서 만나는 일이 많았는데, 봄이 되어 내가 마당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그도 그의 잡초 뽑는 삽을 갖고 나와 나랑 같이 잡초를 뽑아주었었습니다. 우리 아이의 사진과 함께 커다란 인터뷰 기사가 Chicago Tribune 지에 실리자 나보다도 기뻐하며 기사를 오려 나에게 갖다주기까지 Mark. 이젠 내가 어언 동네에서는 제일 오래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어 동네 터줏대감이 되었다지요.

 

흔히 미국 사람들은 이기적이어서 남의 일에는 되도록 끼어들지 않고, 가족끼리도 왕래를 별로 하며, 친구도 없이, 철저히 개인주의적으로만 산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내가 경험한 미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서로 돕는 사람들이었습니다. Lydia 치워주는 모습을 보며, 이웃들이 예전에 나에게 베푼 고마운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고마운 빚을 이제 사람들에게 갚을 수는 없어도, 내가 받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베풀며 선행을 흘려 보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실천한 선행으로 우리는 우리 옆집까지 눈을 치워주고, 옆집은 옆집까지 눈을 치워주어, 길을 걷는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안전하게 걸을 있도록 인도를 열어주는 일도 별일은 아니지만 작은 선행의 실천이겠지요. 코로나 시대에 외출도 못하고, 헬스장도 가고, 유일한 외출과 운동할 있는 기회가 동네 산책인데, 금년 겨울엔 이렇게 뻥뻥 뚫린 눈길이 유난히 많은 보니 모두가 같은 마음인 같습니다. 치워진 인도로 산책을 하니, 나도 기분 좋고, 다른 사람들도 기분 좋게 만들 있다니, 이렇게 선한 바이러스가 넓게 전파되어 나쁜 바이러스를 이기고 마침내 코로나도 이기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도 홍해가 갈리 듯이 치워진 눈길로 앞으로 앞으로 기분 좋게 걸어 나아갑니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