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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_붕어빵_그림.jpg

 

<이지현 동화작가; 동화구연가>

 

14.1_붕어빵아줌마1.mp3 (이 링크를 눌러 이지현 동화작가님의 "붕어빵 아줌마" 동화 구연을 들으세요.)

 

 

붕어빵 아줌마(1)

 

<이지현 동화작가; 동화구연가>

 

보람 아파트 담장 옆에는 맛있는 붕어빵가게가 있다. 붕어빵 맛이 일품이라고 소문이 나서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재영이와 하원이는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붕어빵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파란 비닐 포장에 굵은 매직으로 쓴 맛있는 붕어빵 가게앞에 왔을 때 고소한 붕어빵과 구수한 어묵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 맛있겠다. 냄새 좋지? 그렇지?”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아줌마가 하얀 목장갑을 끼고 주전자에 들어있는 밀가루 반죽물을 붕어빵 기계에 따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 와라. 많이 춥지?”

붕어빵 아줌마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얘들아, 거기 앉아. , 아줌마가 어묵 국물 좀 줄께.”

아줌마는 일회용 컵에 어묵 국물을 한 국자씩 퍼서 아이들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구수한 어묵 국물이 목젓을 타고 뱃속으로 쑤욱 내려갔다. 뱃속이 뜨듯해지는게 차갑게 얼었던 몸이 싹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런데 구워 놓은 게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새로 나온 것 줄께. , 그동안 어묵 하나씩 먹어라.”

아줌마는 나무 꼬지에 꽂은 긴 어묵 하나씩을 아이들의 그릇에 담아 주셨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헤벌쭉 벌어진 입에 어묵을 밀어 넣었다. 구수한 게 아주 맛있었다.

 

아줌마는 갈고리로 연신 붕어빵 기계를 뒤집고 있었다. 붕어빵 기계를 뒤집을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붕어빵이 노릇노릇 무척 맛있어 보였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갈고리가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 빨리 먹고 싶다.’

아이들의 입안에 침이몽글몽글고이더니 꿀꺽소리가 났다.

얘들아, 잘 봐라. 어쩌면 여기에 진짜 붕어가 있을지도 몰라. 호호

아줌마의 뜬금없는 말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하여 말도 잊은 채 눈을 크게 떴다.

너희들 붕어빵 이야기 모르지? 아줌마가 기다리고 있는 동안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아이들은 의자를 바짝 잡아당기며 반짝이는 눈으로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아줌마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다.

옛날에, 붕어빵 중에서 아직 덜 익은 붕어빵이 있었어. 그런데 그 붕어빵은 아주 특별한 붕어빵이 되고 싶었대. 그래서 아줌마의 눈을 피해 팬 속에 꼭꼭 숨어있었지. “

아이들은 똘똘이 붕어빵이 걱정이 된 듯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만에 붕어빵을 굽던 아줌마가 발견하고는 똘똘이 붕어빵을 길가에 던져 버렸어. 길가에 버려진 똘똘이 붕어빵은 사람들 발에 이리저리 채이다가 마침내 강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지. ‘? 저기 이상한 붕어가 있다. 까만 몸에다 헤엄도 못치고진짜 물고기가 아닌가 봐.’ 똘똘이 붕어빵은 물고기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너무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어. 한참을 울고 난 똘똘이 붕어빵이 말했지. ‘그래, 난 진짜 붕어가 아니야. 하지만 난 너희들의 밥이라도 되고 싶어. 그럼 난 한 입에 꿀꺽 먹혀버리는 붕어빵이 아닌 아주 특별한 붕어빵이 되는 거니까.

자 얘들아, 어서 나를 뜯어먹어.’ 그러자 물고기들은 붕어빵의 살을 조금씩 조금씩 떼어 먹었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물고기들이 붕어빵의 살을 떼어먹을 때마다 똘똘이 붕어빵은 진짜 물고기가 되어 가고 있는 거야. ‘? 내가 진짜 붕어가 됐어. 진짜 붕어야. 난 진짜 특별한 붕어빵이야.’ 진짜 붕어가 된 붕어빵은 물고기들의 사랑을 아주아주 많이 받게 되었대.”

!”

호호 재미있지? , 다 됐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라.”

아줌마는 빙그레 웃으시더니 초록색의 납작한 접시에 비닐을 씌우고는 맛있게 생긴 붕어빵을 담아 아이들에게 건네 주셨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접시를 받아 들었다. 그러나 멋진 조각같이 예쁜 붕어빵을 덥석 베어 물기가 아까워 손에 들고도 바로 먹지못하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와 예쁘다!”

맛있겠다. 근데 진짜 붕어가 없어서 아쉽다. 그치?”

 

호호호, 히히히붕어빵 아줌마와 아이들은 서로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붕어빵을 호호 불며 한 쪽 귀퉁이를 살짝 깨물었다.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아이들은 조금씩 천천히 붕어빵을 아껴 먹었다.

 

그때, 파란 비닐 포장을 젖히고 누군가 빠끔히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머나, 우성이 할머니! 어서 오세요. 많이 추우시죠?”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몸이 뚱뚱한 할머니 한 분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셨다.

봄이라도 바람이 부니까 꽤 춥네. 그래, 오늘도 많이 팔았수?”

할머니는 의자에 앉으시며 손으로 촘촘히 뜬 수박색 털목도리를 풀러 무릎에 놓으셨다.

, 그럼요. 녹차 좀 드릴까요?”

녹차? , 그러면 좋지.”

아줌마는 컵에 녹차 티백 하나를 넣더니 보온병에서 뜨거운 물을 주루룩 부으셨다.

많이 추우시죠? 여기 녹차 드세요.”

고맙수다. 붕어빵 집에서 녹차 주는 곳은 아마 이 집뿐이 없을 거야. 고마워요.”

아니예요. 잊지 않고 들려주시니 제가 더 고맙지요.”

나도 천원어치만 주시구랴. 이천원어치는 싸 주고…”

.”

 

붕어빵 아줌마는 할머니께도 붕어빵을 주셨다. 그리고는 재빨리 둥그런 그릇을 꺼내시더니 반죽을 하기 시작하셨다. 하얀 밀가루를 수북이 담고, 소금과 설탕을 넣고, 계란을 몇 개  탁탁깨어 넣고 우유를 잔뜩 부은 후 빙글빙글 거품기로 마구 저으셨다. 포물선을 그리며 뱅글뱅글돌던 하얀 밀가루가 노란 병아리색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아이들도, 할머니도 붕어빵을 먹다 말고 아줌마가 반죽하시는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바라보던 할머니가 입을 여셨다.

! 이래서 이 집 붕어빵이 맛있구나. 저렇게 좋은 재료를 쓰니 맛이 없겠어?”

 

아니, 그런데 붕어빵이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좋은 재료를 써요? , 먹는 우리들이야 좋지만 어디 그래서 남는 게 있겠수?”

 아녜요, 할머니, 그래도 남아요. 남으니까 장사하죠. 우리집 붕어빵이 맛있다고 많이들 찾으시니 그럼 된 거죠.”

아줌마의 환한 미소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구랴. 음식에 재료를 아끼지 않으니까 맛이 있고, 맛이 있으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러니까 장사가 잘 되는거구랴. 아유, 거기다가 아줌마가 항상 깨끗하게 하고 방글방글 웃으니 장사가 잘 될 밖에. 그렇구랴. , 이게 이 집의 비법이었어. 후후후!”

할머니의 웃음에 아줌마도 덩달아 벙글벙글 웃으셨다.

그런데 오늘 어디 좋은데 가요?  오늘은 다른 때 보다 더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옷도 더 고와 보이네.”

, . 조금 있다가 구역예배 가려고요.”

아니, 장사안하고?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 뭘 구역예배까지 가요?”

잠깐이면 되는 걸요. 예배 드리고 와서 또 장사해야죠.”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힘들게 고생하면서 뭘 구역예배까지 가누? 그냥 일주일에 한 번만  

 가면 되지.”

할머니 말씀에 아줌마는 빙그레 웃으시며 조용히 붕어빵 기계를 돌리셨다.

사실, 어떨 땐 몸이 피곤해서 안 갈까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뭐? ? 꼭 가야하는 이유가 있수?”

몹시도 궁금한 듯 빤히 쳐다보는 할머니의 눈길에 붕어빵 아줌마는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다. 

 

→붕어빵 아줌마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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