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부탁해’ 를 읽고

 

 

 

<이지현 동화작가>

 

 

 기독교 웹툰작가 김민석님의 만화 ‘교회를 부탁해’는 탄탄한 역사적 사실 접근, 옴니버스 형식의 내용 전개와 문제 제시, 연속된 궁금증 유발 및 반전의 묘미를 담은 추리적 기법 등…재미와 더불어 주제에 관한 많은 연구와 사색에서 나온 글로 상당 부분 묵상과 깨달음을 주는 좋은 책이다.

 

사탄의 고소장? 교회를 수사해 달라는 황당무개한 사탄의 의뢰를 시작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현대 교회의 영적 타락과 무력함을 고대 역사적 사실 (관람적 예배, 성직자 부패, 종교 우상화) 고찰에 근거하여 고발하고, 진정한 영적 회복을 위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복음서를 통해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비유로 말씀하시기를 즐겨하시는 예수님은 택시 운전기사로 변장하여 세상 속 교회의 부패하고 나약한 모습들, 그에 반해 갖가지 행태로 기승 떠는 사탄의 유혹을 보여주시며 에끌 (교회)에게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가 생명의 근원이 되는 에빵 (진리의 빵-근원으로 돌아가라.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라. 그리스도의 신실함으로 믿음을 지키라)을 온전히 먹고 세상을 이기고 서 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사탄의 고소장? 어처구니없는 테마 같지만 교회가 능력을 잃고 세상 죄악에 합류하여 때론 죄악의 선봉장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시대에 가히 다룰 수 있는 주제라 생각되어지니 씁쓸하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죄성으로 인해 당신의 창조질서가 무너짐에 탄식하시며 택하신 백성들에게 어둔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시지만, 교회가 순기능의 역할을 망각하고 세상과 합하여 살고 있으니… 급기야 현 시대는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고, 사탄은 이 기회를 틈타 하루속히 자신의 왕국이 도래 되길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개탄할 일인가?

 

이제 고소장은 던져졌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렇다. 교회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한다. 사탄의 고소에 억울하다 소리치기보다는 말씀으로 돌아가 교회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교회에 모이는지?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 정체성과 사명을 분명히 알고 외부 세력에 요동치 말고 신실한 신자요, 믿음의 공동체로 본분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 책 속 등장 인물인 에끌의 회개가 깊은 묵상을 가져다준다:

 

“선지자 노릇, 교회 노릇 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말씀의 반석 위에 서지 않고서 행하는 모든 일들은 그게 아무리 놀랍고 위대한 능력과 권능, 사역일지라도 우리 예수님이 모르는 일일 겁니다. 저는 예수님이 알아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들으라 (shema). 돌이키라 (shoob). 나의 책망을 듣고 돌이키라.” (잠 1:23)

 

책의 말미를 장식한 택시 운전기사 손등의 선명한 못자국이 떠오른다.

 

우리는, 아니,  나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