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아이고, 미안해요. 할미꽃도 꽃이라는데, 파꽃도 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른 꽃들 다 받는 감탄의 시선 한 번 주지 못했어요. 민들레 홀씨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동안 홀대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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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가슴에 뜨겁게 안겨본 적 있던가
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꽂혀본 적 있던가
한 아름 꽃다발이 되어
뼈가 시리도록 그리운 창가에 닿아본 적 있던가
그림자 길어지는 유월의 풀숲에서
초록의 향기로 날아본 적 없지만
허리가 꺾이는 초조와 불안을 알지 못하는
평화로운 그들만의 세상
젊어야만 피는 것이 아니라고
예뻐야만 꽃이 아니라고
하늘 향해
옹골지게 주먹질하고 있는 저 꽃
- 이채민, <파꽃>
누구의 가슴에 뜨겁게 안겨본 적 없고, 누구의 머리에 공손히 꽂혀본 적 없고, 한 아름 꽃다발이 되어 창가에 닿아본 적도 없지만, 나 역시 꽃이라고 “하늘 향해 옹골지게 주먹질하고 있는 저 꽃”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사람들로부터 박수 받아본 기억이 언제인가 싶고, 선생님의 칭찬은 늘 내 옆자리 친구에게 향하고, 미팅을 나가도 맞은 편 애들의 시선은 나를 비켜 나가고, 교회를 다녀도 귀에 닳게 들은 그 ‘사랑’에 나만은 예외인 듯 하고, 나 빼고 세상 사람 다 행복하고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질 때, 그게 다 내가 못나서 그런 거라고 자책을 했는데…
저 파꽃을 보아요. 젊어야만 피는 것 아니라고, 예뻐야만 꽃이 아니라고, 머리 곧게 세우고 주먹 꽉 쥐고 하늘 향해 소리치고 있는 저 꽃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고 힘주어 말하는 저 꽃을. “너는 내 사랑하는 자다. 내가 너를 기뻐한다”는 말씀 한 마디에 세상 겁날 것 없다는 저 옹골진 믿음의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