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지난 주에 고 임재억 성도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임길섭 집사님의 남편이시며 임성환 집사님의 아버님이신 임재억 성도님께서는 평소에 아픈 적 한번 없이 건강하셨는데 3주전에 폐렴기가 있어서 입원을 하셨다가 병환이 심해지고 다른 증상까지 겹쳐지면서 지난 금요일 숨을 거두셨습니다.

 

고 임재억 성도님은 10년 전 저희 교회가 교육관을 증축할 때 입구에 세운 물레방아를 만들어 주신 분이십니다. 아드님 되는 임성환 집사님 집에 심방을 갔더니 작은 물레방아가 있는 아담한 연못이 뒷 마당에 있길래 이런 것이 교회에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화 중 말씀 드렸는데 그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시고는 교육관이 세워진 뒤 사비를 들여서 멋들어진 물레방아와 연못을 그 옆에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때만 해도 그 무거운 물레방아 부품들을 손수 들어 옮기시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그 커다란 물레방아를 조립해 세우실 정도로 건장하셨는데,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코비드로 인해서 병원 방문이 많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병원 측의 배려로 숨을 거두시기 전날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장례식은 코비드로 인해서 가족장으로 치뤄진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님을 먼저 보내고 큰 슬픔 가운데 있을 유가족을 위해서 여러분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한가지 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한달 전 대장이 막혀서 수술을 받았었는데, 그때 제거한 부분이 암세포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조직검사 결과 대장암 3기였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수술 때 암세포를 전부 걷어낼 수 있었고 다른 부위에도 전이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만, 대장암의 재발 확률이 50%가 되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항암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항암치료는 3주에 한번씩 모두 8번, 즉 6개월에 걸쳐서 받게 됩니다. 요즈음은 약이 좋아져서 전과 같이 심한 부작용은 없다고 하며, 개인에 따라서 부작용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하기에 얼마나 힘든 치료가 될지는 일단 치료를 시작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저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치료 중에도 일은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하니 약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아 가면서 스케줄을 조정해서 목회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우선 그동안 외적으로 섬겼던 사역들을 내려 놓고 교회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리하려고 합니다. 무엇을 내려 놓고, 무엇에 집중할까 생각하다 보니 포스트 코로나 때에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까 그동안 고민했던 일들도 조금씩 정리가 되고 미래를 향한 생각이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 이번 일이 소위 말하는 “위장된 축복” 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증거하는 것이 삶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지나고 보니 삶의 깊이를 더하고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한 “위장된 축복”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어려움을 뚫고 드러날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암 판정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았은데 미리 소식을 접한 분들이 쏟아 부어 주시는 사랑의 손길에서 그런 하나님의 은혜를 벌써부터 또한 느끼고 있네요. 잘 먹어야 한다며 음식을 가져다 주신 분들의 손길로 인해 냉장고가 꽉 차 버렸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들이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저 하나를 돌보겠다고 뭉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편 기자가 말한 “화살통에 화살이 가득한” 준비된 용사의 심정을 갖게 됩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때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것 같아 죄송한 마음과 함께 어려운 시간을 또한 보내고 있는 교우들께도 송구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육신의 자랑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우리임을 기억하면서 “상한 갈대도 꺽지 아니하며” “쇠하거나 낙담치 않은” 은혜로 저희를 붙들어 주시는 주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우리의 연약함을 통하여 이루실 일들을 기대하며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월요일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리며, 어려운 때를 함께 잘 이겨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2021년 3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