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목사 / 포항제일교회>
"잘못 입금된 13억 안 돌려준 흑인, 결국 체포당했다"
아침에 눈에 띄는 헤드라인이네요. 이런 기사 제목에 왜 "흑인"이 굳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뉴요커 표지입니다. 아시아인 모녀가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 딸은 혹시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나 경계하는 눈빛, 엄마는 계속 시계를 들여다 보며 애태우는 모습입니다. 요즘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세계적으로 이번 전염병명을 통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한 바이러스"라는 말을 고집스럽게 쓰던 한국 언론은 바로 그 태도가 태평양을 건너가면 모든 아시아인들을 전염병 전파자로 혐오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까요?
한국 사회에 "성인지감수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그 덕에 많이 개선된 것을 환영합니다. 저 스스로도 남성으로서 무심코 하는 말들이 사회의 불평등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반성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끔찍하리만치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내가 당한 차별을 아파하는 이들이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다른 영역에서의 차별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원합니다.
사진의 제목은 "Delayed"입니다. "연착"이라고 하나요?
평화로운 세상이 왜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일까요?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고집스러운 차별과 혐오를 먼저 떠나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림 속의 저 모녀가 마스크 벗고 활짝 웃는 날, 기차를 기다리면서 편안하게 장난치며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차 좀 늦게 오는 것이 대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