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많이 우울했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시카고 경찰관의 총에 의해서 13살짜리 라틴계 소년이 사망하는 비데오가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아담 톨리도라는 소년은 3월 29일 새벽 2시 반쯤 21살 된 전과가 있는 루벤 로먼이란 청년과 함께 있었는데, 장난이었는지 누군가 자동차에 총을 쏜 것이 신고가 되어 경찰이 출동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총은 루벤이 아닌 아담의 손에 들려져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됩니다.

 

출동한 경찰을 피해 도망가던 아담은 얼마 가지 않아서 경찰관의 지시대로 총을 던져 버리고 돌아서는 순간 총이 버려지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아담이 돌아서는 모습에 위협을 느낀 경찰관이 쏜 한발의 총에 맞아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7학년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게 된 현실이 너무 슬프지만, 무엇보다도 7학년짜리가 새벽 2시 30분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도록 보호와 돌봄이 없었다는 현실이 또한 슬프기만 합니다.

 

이번 사건을 경찰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있었던 여러 경찰 관계 사건을 볼 때에 경찰의 폭력성과 인종차별적 문화는 분명히 지적되고 고쳐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합니다. 무엇보다도 7학년 아이의 손에도 총이 쥐어질 수 있을 만큼 규제가 안되고 있는 총기가 큰 문제입니다. 이 문제 뒤에는 총기로 인해서 이득을 보고 있는 정치인, 정당, 단체, 그리고 총기업체의 사악한 욕심이 큰 걸림돌로 요지부동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격차로 인해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계속해서 위험하고 죄악된 상황에 노출되고, 그러는 가운데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삶이 끌려 들어가는 비극이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지난 주일 미네소타에서는 경찰이 쏜 총에 단테 라이트라는 20살 된 흑인 청년이 사망했습니다. 단테라는 청년은 차를 세차하러 가던 중에 차량 등록 스틱커가 만료 되었다는 이유로 티켓을 받게 됩니다. 티켓을 떼던 경찰은 그 청년이 불법 무기 소지로 기소를 당했고 그 일로 법정에 나오지 않아서 영장이 발부된 상황임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를 체포하려던 과정에서 도망가려던 그를 총으로 쏘게 된 것입니다. 돈 많은 백인 가정의 자녀였다면 좋은 변호사 써서 쉽게 해결될 일을 도망가는 방법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어려운 인생의 대응 속에 이런 비극이 또 일어난 것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은 또한 세월호 7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또한 버지니아텍에서 조승희라는 한인 1.5세가 총기로 자신을 포함한 33명을 사살한 총기 사건이 있은지 14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전에 4월 9일은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형이 집행된 날이고, (마침 그날은 본훼퍼 목사님이 나찌에 의해 사형당한 날이기도 합니다), 4월 3일은 제주 4.3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시인의 말처럼 4월은 참 잔인한 달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기독교인으로 무엇을 해야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흐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게 됩니다. 누구 말대로 현실은 너무 막막하고 거대해서 그 어떤 노력이든 바위에 계란치기 밖에는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가운데 갈릴리 예수님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성경 외의 다른 고대 문서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 촌구석중의 촌구석인 나사렛을 고향 삼아 힘 없는 자들의 갈릴리에서 병자를 고치고 말씀을 가르치셨던 예수님의 목회는 진정 바위에 계란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결국은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가버린 믿을 수 없는 제자들 11명만 달랑 남겨 놓은 3년의 사역은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성과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 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씀 하신 것처럼, 밀가루에 감춰진 누룩이 온 반죽을 바꿔 놓고, 땅속에서 죽은 것 같았던 밀알이 100배 열매를 맺고, 가장 보잘것없는 겨자씨가 큰 나무를 이루듯, 하나님의 나라는 그렇게 바위에 던져진 계란같은 몸짓들로 세워지고, 만들어지고, 확장되어 갔음을 보게 됩니다.

 

이번에 이민자 보호 교회 네트워크에서 “증오범죄 대책 매뉴얼” 이란 책자를 2천권 발행했습니다. 늘어나는 아시안 혐오 행위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며, 어디에 신고할 수 있는가 등의 내용을 자세하게 적어 놓은 책자입니다. 저는 항암 치료 중이라고 도운 일이 없지만 이보교의 목사님, 변호사님들이 수고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런 일이 누군가의 눈에는 바위에 계란 던지는 것 같이 쓸모없는 일 같아 보이지만, 이런 누룩과 겨자씨, 이런 계란 하나가 세상을 서서히 바꿔 가는 줄 믿기에 수고하신 여러분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 4월에는 ... 부활절이 있네요!

 

--2021년 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