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분노 조절 장애로 면직당한 강력계 노총각 경찰관, 그리고 유부남에게 속아서 연애를 하다가 가정 파괴범으로 몰려 직장도 잃고 극심한 대인 기피증에 시달리게 된 아가씨, 여장과 화장을 좋아하는 청년, 그리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공시 알바생 등 한 동네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이들이 서로의 “편”이 되어주면서 세상의 편견을 깨고 마을 공동체에 새로운 삶의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는 줄거리의 드라마를 하나 보고 있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내가 당신 편이 되어 줄게!” 하는 대사를 들으면서 얼마전 동료 목사님이 던진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새벽 3시에 도움이 필요할 때 지체없이 전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습니까?” 그 질문을 받고는 식구 외에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에 씁쓸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분은 어떠 한가요? “이 사람은 무조건 내편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코로나로 장장 15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을 서로를 멀리하며 지내다 보니 갑자기 “내 편” 이라는 말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편이야!” 라는 확신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내 편일 꺼야” 라는 기대감은 가질 수 있게 서로 부대끼며 살았는데 ... 그러한 기대감의 위로 조차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지냈으니! 참 외로운 15개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2주전 신령직 공천으로 인해서 한주간 매일같이 여러 제직들과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요즈음 뉴스에 많이 나오는 “pent-up demand”라고 할까요? 그동안 만나서 식사한번 같이 못했던 교우들과 매일같이 만나 식사를 하니 너무 신이 나고 좋았습니다. 밥을 같이 먹으니 우리가 같은 교회 식구들이고, 같은 교회를 섬기는 같은 “편”이라는 생각에 신이 나더군요. 살면서 같은 “편”이 있다는 것처럼 힘이 나게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처럼 힘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어제 동네 마트에 갔다가 사장님 내외분이 한시간을 붙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기에 예전에 없던 일이라 조금 어리둥절했는데 와이프가 “자기 걱정 많이 하셨는데 괜찮아 보이니까 좋으셔서 그러신 것 같아” 라고 설명을 해 줍니다. 가게를 나오는데 배 한박스를 슬며시 차에 넣어 주시는 모습에 “내 편”을 한 명 더 찾은 것 같아 힘이 부쩍 나더군요.

고등학교 선배가 집 뒷마당에서 벌을 키우는데 꿀이 좋다며 한 병 가득히 담아 한시간을 운전해서 가져다 주고 갔습니다. 지난 번에는 작은 병으로 가져다 주었는데 작은 병에다 담았다고 와이프에게 혼났다면서 이번에는 큰 병에 그득 담아 주고 갔습니다. 생각치 못했던 곳에 “내 편”이 복병처럼 있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 지더군요.

살기 각박한 세상에 우리 모두 서로에게 “내 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손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은근히 좋아합니다. 손이 안으로 굽어야 그나마 내 편 없는 사람들에게 자기 편 사람들이 한둘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입니다.

가끔 우리 교회 교인들을 제게 “고발”하려고 저를 찾아 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교인들의 잘못을 제게 고하면 그래도 목사인 제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공정하게 처벌을 내려 주리라는 기대를 하고 오시는데 그 때마다 저는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교인 편을 들게 되더군요. 그렇게 교인 편이 되어 드리는 것이 목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 때마다 해 봅니다.

우리는 “같은 편”입니다. 외롭게 살아가는 이민 생활에서 한 교회라는 소중한 배를 탄 “같은 편”임을 기억하면서 서로에게 소중한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날 생각을 하면서 못 보고 지내는 동안 어느새 서먹서먹해 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편”이라는 주제로 목회서신을 쓰게 되었네요.

저는 여러분 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여러분 편이십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또한 예수님 안에서 하나된 “예수님 편”이 되어야 하고요. 이제 새롭게 같은 편이 되어서 주님의 일을 더욱 열심히 이뤄 나가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우리 편, 파이팅!

 

--2021년 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