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비가 2주째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달은 시카고 역사상 두번째로 가물었던 5월로 기록 되었다고 합니다. 5월에는 평균 3인치 이상의 비가 오는데 지난 달에는 0.5인치에도 못 미치는 비가 왔다고 하니 참으로 많이 가물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덕분에 모기들은 보이지 않아서 감사했지만, 잔디마다 누렇게 말라 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또한 금할 수가 없었는데 ... 지난 한주간 그동안의 가뭄을 만회하려는 듯 줄곧 시원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6월 평균 강수량이 3.6인치라고 하는데 지난 한주간 내린 비가 거의 3인치에 달하니 비가 많이 왔던 한 주였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잔디도 푸른 색을 많이 회복했고 교회 텃밭에 심은 채소들도 물을 주는 수고 없이 쑥쑥 자라주는 신나는 한주가 되었습니다. (깻잎들이 벌써 많이 자랐는데 주일 예배 후 필요하시거나 원하시는 분들은 사택 옆에 일궈 놓은 깻잎 밭에서 자유롭게 따 가시기 바랍니다.)
영어 표현에 “Rainy Day”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때”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죠. 우리는 쉽게 햇볕이 비치는 Sunny Day는 좋은 날이고 비가 오는 Rainy Day는 힘들고 어려운 때라고 생각 하는데 이번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찬송가 가사에도 있듯이 “빈들에 마른풀”에게 Sunny Day는 지옥 같은 날이고 오히려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는 Rainy Day가 은혜의 날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삶 속에서도 힘들고 어려운 Rainy Day가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경험하고 더욱 깊게 깨닫게 되는 은혜의 때가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요즈음 3주마다 항암치료라는 거친 비바람을 겪어 내면서 드는 생각이 바로 이 것입니다. 폭풍우 치듯 거센 비가 내리는 날들이 저에게는 밝은 햇살이 만발했던 때보다 더 깊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배우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여러분 가운데 혹시 구름 가득 낀 Rainy Day를 걷고 계신 분이 계십니까? 지금 맞고 계신 그 “눈물의 비”가 또한 하나님께서 메마른 저희 영혼에 부어 주시는 은혜의 단비가 됨을 믿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하나님께서 부어 주시는 은혜의 단비로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여러분의 삶 가운데 새롭게, 그리고 더욱 힘차게 일어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오후에 우리 교회가 속해 있던 엘진 지역의 Murph-Heath 감리사님의 은퇴식이 있습니다. 감리사님이 은퇴하시면서 우리 연회 내 6개 지역회가 다섯으로 축소되어 우리 교회는 7월부터 새롭게 편성되는 Prairie Central District에 속하게 됩니다. 점점 힘들어 가는 교단의 모습이 반영된 결정이기에 기대와 소망 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하는 변화로 다가 옵니다.
오늘은 또한 조나단 전도사님과 우찬제 전도사님이 살렘교회를 섬기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아쉬움과 함께 아직 찾지 못한 CM과 YM의 교역자로 인해서 새 여정을 향한 환한 기대 보다는 불투명한 미래의 먹구름이 조금 더 짙게 느껴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구름 낀 Rainy Day가 또한 어떤 은혜의 소낙비로 우리를 맞아 줄지 사뭇 믿음의 기대를 가져 봅니다. 스가랴서 10장 1절에 이렇게 말씀하네요. “여호와 곧 구름을 일게 하시는 여호와께 비를 구하라.” Rainy Day의 은혜를 향해 믿음의 팔을 다시금 벌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