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편집장>
시카고는 지난달 6월 11일부터 모든 사업장들과 시설들을 모두 오픈하고 정상화가 되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카고가 다시 오픈되던 첫 주말에 저희 가족은 시카고의 야구팀, 컵스의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티켓을 예매할 때만해도 생각을 못했었는데, 경기를 보러 가는 길에서야 “아, 오늘이 재오픈한 첫 주말이구나! 사람들 엄청 많겠네”라고 깨달았습니다. 가는 길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엄청 모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첫 주말이니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은 모두 35,0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평소 경기장을 꽉꽉 메우는 열혈 컵스 팬들에 비하면 반에 불과한 숫자였지만, 꼬박 1년을 야구장에 올 수 없었던 기다림에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를 부르는 순간 저는 약간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감격이 있었습니다.
시카고가 재오픈 된 이후 시카고의 모든 곳에서는 코로나 이전과 같이 완전히 정상화된 모습입니다. 야외건 실내건 모든 곳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마치 지난 1년간 갇혀 있느라 못 했던 것을 모두 하는 양, 못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 “잘 살아 남았구나! 잘 있었니?”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살아 남았다면 앞으로도 뭬가 두렵겠습니까?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의 추억의 장소였던 몇몇 유명한 식당들도 작년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서운했지만,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도 들려와 안심입니다. 곧 그곳을 찾아 옛날의 추억에 잠겨볼까 합니다. 재택근무 하느라 집에 묶여 있던 사람들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출근하는 모습이 분주합니다. 남편도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집에 와있었는데 다음 학기부터 학교 수업이 시작한다니, 다시 학교가 있는 곳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온라인으로 일하는 등, 모든 걸 온라인으로 할 수 있어서 편한 점도 있었는데, 이렇게 코로나가 끝나가니 어쨋든 코로나를 극복하여 물론 좋지만, 서운하기도 한 기분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지난 주일은 코로나 이후 첫번째로 맞이한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끝낸 기념으로 시카고에서도 대대적인 독립기념일 행사를 한다며 뉴스에서 떠들썩했지요. 우리 가정은 평소에는 아이들이 집에 와서 함께 바베큐를 하고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마침 아이들의 친구가 결혼하는 날이라서 주말 내내 결혼식이 있는 세인트루이스에 가있겠다고 하여, 단촐히 우리 부부만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끼리 바베큐를 해먹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데 하늘에서 “펑, 펑” 소리가 나는 겁니다. 금년엔 불꽃놀이 구경을 안가기로 했는데, 그래도 소리가 나니 그 소리를 좇아 동네 길로 나가니 하늘 가득, 불꽃놀이가 장관이었습니다. 모두들 동네의 불꽃놀이를 구경 갔는지 동네 길은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차들도 없이 길 한가운데에 서서 우리 부부는 한참을 그렇게 불꽃놀이를 구경했습니다. 알고보니, 우리 옆집 이웃도 불꽃놀이 구경을 갔었는지, 이런 날 당연히 바베큐를 하고 모닥불을 피웠을텐데, 저녁 내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겝니다.
문득 작년의 오늘이 생각납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때, 그래도 독립기념일이니 동네 학교의 운동장에 모여 각자가 불꽃놀이를 쏘아 올렸던. 그리고 집집마다 작은 불꽃놀이를 하며, 우리 부부는 그 소리를 쫓아 다니며 밤 늦은 시간에도 길거리를 배회했었던.
코로나는 이렇게 끝나 갑니다. 비록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나 또 다시 우리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지만, 우리는 백신을 맞았고, 코로나 치료약도 개발되었다니, 코로나로 1년을 지난 지금은 1년 전의 그때처럼 공포스럽지는 않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1년을 연기한 올림픽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강행이 된다고 합니다. 인류는 위대하다는 걸 증명하 듯이. 그러나 이 모든 것 위에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되지요. 코로나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을 우리는 겸허히 받고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자, 이제 세상에 나갑니다. 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친구들도 만나 맛있는 것도 먹으며 수다도 떨고, 때때로 좋은 찻집에 가서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를 먹으며 책도 읽고, 가끔은 분위기를 바꿔 커피집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일도 하고, 여행도 하고, 운동 경기도 구경 가고,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시카고 지역에서 열리는 달리기 레이스에도 참가하고 … 그동안 못 했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렵니다. 이게 왜 이렇게 고마운지요.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장차 들짐승, 곧 승냥이와 타조도 나를 존경할 것은 내가 광야에 물을, 사막에 강들을 내어 내 백성, 내가 택한 자에게 마시게 할 것임이라.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 (이사야서 43: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