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시카고 지역은 체감온도가 100도가 넘는다는 폭염 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90도가 넘는 무더위는 다음 주 내내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시카고 지역만 아니라 전 세계가 더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들으셨겠지만 서부에서는 계속되는 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산불 피해가 막심하다고 합니다. 이번 여름에만 55건이 넘는 산불에 서울시의 5배가 넘는 산지가 불에 타 없어졌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캐나다 서부 지역도 120도까지 올라가는 더위에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와 북극권까지 90도가 넘는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으며 인도는 연일 100도가, 중동지방은 120도가 넘는 날씨에 온 지구가 온난화의 몸살을 거세게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에 간 페친이 올린 글에 보니 한국도 텍사스보다 더 덥다고 하네요.
더운 날씨에 신나 있는 것은 매미 뿐인 것 같습니다. 금년은 17년 만에 땅밖으로 나온다는 “브루드 X” 매미가 나타나는 해입니다. 그래서인지 교회 마당에도 매미 소리가 대단합니다. 매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초등학교 교과서에 본 “시원한 매미 소리” 라는 표현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17년을 기다렸다 터져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하니 “시원하다”는 표현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매미의 절규”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하지 않을런지 ...
날씨가 더워서인지 몇가지 들리는 소식들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몇달간 의존해 오던 계기를 떼고 호스피스 케어에 들어간 교우님 소식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배우자의 죽음으로 몇 달 째 슬픔에 잠겨 계신 교우님의 마르지 않는다는 눈물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가운데 욥기로 간신히 하루 하루를 지탱해 가고 있다는 교인의 카톡에 마음이 턱 막혀 옵니다. 아직도 전도사님을 찾지 못해서 어수선한 어린이부와 중고등부의 모습에 마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매미 소리가 시원하게 들렸으면 좋겠는데 괜스레 처절하게 들리는 한 여름이구나 하는 넋두리를 해 봅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어느 더운 여름날 예수님께서 우물가에서 어느 여인에게 시원한 우물물을 한 바가지 얻어 마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그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요 4:13~14)
그 때 그 여인이 곧장 이렇게 대답하죠. “그 물을 내게도 주옵소서” 라고요. 진정 그렇듯 시원한 은혜의 물줄기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그 그리움으로 다시 한번 예수님의 말씀에 마음을 기대어 봅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
지난 주 월요일에 7번째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한번이 남았네요! (할렐루야!) 언제 끝나나 했던 힘든 6개월의 치료 기간이 어느새 거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몸속의 항암제를 씻어 내기 위해서 쉴 새 없이 물을 마셔대야 했던 “목마른” 때를 이제는 곧 마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뒤돌아 보니 그 목말랐던 때를 또 한번 주님의 모자라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고, 그저 넉넉한 은혜로 잘 건너 왔네요. 그러고보니 늦여름 가까이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그리 무겁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2021년 7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