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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5_글로브.jpe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너를 깊숙이 끼고

생을 방어한다

 

 

심장을 관통하고

다음 타자를 쑤시기 위해 떠났던

낟알의 아픔이

 

덕지덕지 덩이져

거대한 부메랑 되어 날아온단다

전속력으로 나를 찾아든단다

 

내지 못했으면 받아야 한다

묻은 혓바닥을 할딱거리며 돌진해 오는

또랑또랑한 형이상(形而上)

 

지금은 마주칠 시간

 

아가리를 부릅떠

당장 맞서라 맘껏 포효하라

넙죽 받아먹어라

 

것이다

 

- 오은, <글러브>

 

생을 향해 ‘한 낟알의 아픔’이 강속구로 날라와 심장을 관통합니다. 내지 못했던 아픔이 다른 이를 쑤시고 이제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다시 전속력으로 날아옵니다. 타석의 실패를 잊고 인생이라는 그라운드에 다시 섭니다.

 

 

내지 못하면 받아야 합니다. ‘피 묻은 혓바닥을 할딱거리며 돌진해 오는/ 또랑또랑한’ 고통과 마주해야 합니다.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그것, 겁먹지 말고 글러브 깊게 끼고 넙죽 받아먹는 겁니다. “쓸 것이다. 요한에게 두루마리를 주며 먹으라 했던 천사가 ! “쓸 것이다”. 시인은 쓰디 ‘형이상’을 받아 먹고 다시 ‘쓸 것’입니다. 시는 그렇게 쓰나 봅니다.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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