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초가을 토요일 아침
착한 아들은 이슬 맺힌 잔디를 깍으며 아빠를 돕고
난 웃자란 가지들을 쳐내며 애써 추석을 느낀다.
시카고 바람에 매년 열매를 잃는 서초동 할아버지 사과나무에
올해는 용케 사과가 하나 잘 익어 남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작은 줄기 하나가 몸을 꺽어
열매 하나를 밑에서 버텨준 덕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자연스레 자기 일을 하다보니
소중한 결실을 견인한 이름 모를 가지 하나.
누군가 내게 그리하였으니 나도 그러하기를.
--2021 년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