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목사 (하늘소리 문화원장)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이 없으면 바보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순박한 순명을 본 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는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이해인-
굿모닝~!!!!
어쩜 이리도 쉬지않고 눈이 올 수 있을까요?
세상을 하얗다 못해 한 점, 점 찍는 것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듯
내리고 또 내립니다. 덕분에 어제는 신정이기도 했지만 꼼짝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약아빠진 사람들만 판치는 세상에서 순박한 사람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순수와 정직으로 물들여진 사람을 만날 때 세상은 살 맛이 납니다.
말도 안되는 떼를 쓰는 사람을 만날 때는 뭔가 꼬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을 볼 때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습니다.
저는 연필을 좋아합니다. 그림도 연필화가 많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연필 뎃생를 강조합니다.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채색을 입혀봐야 이건 사기에 가깝습니다.
색갈이 입혀지니까 일단 보기엔 좋아도 기본을 아는 사람이 볼 때는 어설픕니다.
연필은 닳으면 닳은대로 자신을 보여줍니다. 볼펜은 얼만큼 썼는지 열어봐야만 압니다.
있는대로 보여주고 쓴만큼 드러내는 연필,
게다가 나무에 쌓여있는 모습은 자연친화적이어서 더 정겹습니다.
연필처럼 진실하게 늙고 싶습니다.
* 위의 그림은 제가 그린 연필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