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땅 연필

by skyvoice posted Jan 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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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목사 (하늘소리 문화원장)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이 없으면 바보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순박한 순명을 본 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는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이해인-

 

굿모닝~!!!!

어쩜 이리도 쉬지않고 눈이 올 수 있을까요?

세상을 하얗다 못해 한 점, 점 찍는 것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듯

내리고 또 내립니다. 덕분에 어제는 신정이기도 했지만 꼼짝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약아빠진 사람들만 판치는 세상에서 순박한 사람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순수와 정직으로 물들여진 사람을 만날 때 세상은 살 맛이 납니다.

말도 안되는 떼를 쓰는 사람을 만날 때는 뭔가 꼬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을 볼 때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습니다.

저는 연필을 좋아합니다. 그림도 연필화가 많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연필 뎃생를 강조합니다.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채색을 입혀봐야 이건 사기에 가깝습니다.

색갈이 입혀지니까 일단 보기엔 좋아도 기본을 아는 사람이 볼 때는 어설픕니다.

연필은 닳으면 닳은대로 자신을 보여줍니다. 볼펜은 얼만큼 썼는지 열어봐야만 압니다.

있는대로 보여주고 쓴만큼 드러내는 연필,

게다가 나무에 쌓여있는 모습은 자연친화적이어서 더 정겹습니다.

연필처럼 진실하게 늙고 싶습니다.

 

* 위의 그림은 제가 그린 연필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