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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5_풀잎.jpe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저리 몸을 통통거릴까요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버리거든요.

 

 

- 박성룡, <풀잎 2>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시가 있지요. 시가 그래요.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특색을 맛깔나게 살려낸 시이지요. 파열음인 ‘ㅍ’이 반복되고 있지요? 풀잎, 퍽도, 푸른, 휘파람… 낭송하는 동안 어디선가 푸른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같지 않나요?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된다니, ‘흙 흙’ 하고 부르면 눈물 냄새가 차오른다던 문정희 시인도 생각나네요.

 

 

선인들은 책을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 내어 읽었지요. ‘인성구기(因聲求氣)’라 하여,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으면 속에 담긴 정신이 안으로 들어온다고 믿은 겁니다. 본래 성경도 소리 내어 읽는 것이었죠. ‘묵상’이란 말의 본래 뜻도 ‘소리 내어 읊조리는 것’이고요. 소리 내어 말씀을 읽고 읽어 말씀이 몸의 일부(푸른 풀잎!) 되게 하는 겁니다. 손과 발로 살아낼 때까지 말이죠. 이걸 ‘말씀의 육화’라고 하던가요?

 

 

대림절 둘째 주일입니다. 기다림의 절기에 말씀을 낭독하며 잠잠히 주님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잠시 눈을 감고 ‘예수’ ‘예수’ 불러보아요. 어느덧 작은 예수가 날을 고대하며.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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