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 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 갔지만 끝내 가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이마에도 손을 얹어다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다른 이 이마에 새기며 위로하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거품처럼 들끓은 욕망에 휘둘리느라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침묵이 우릴 품어 주리라.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정희재,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눈물 차오르는 밤들을 힘껏 가로지르며 달려왔고,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다시 그 버스 뒤꽁무니를 좇으며 우리는 그렇게 또 한 해를 살았습니다. 한 해를 힘써 달려온 이의 점수를 계산하기보다 이마의 온도를 짚어 보는 따뜻한 손이 있기를 바랍니다. 평가의 말보다 침묵으로 안아주는 넉넉한 품이 있기를 빕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섰을 때 주님께서 내 이마에 손을 얹고 이 한 마디 해주시면 눈물 한 바가지 쏟을 것 같네요. “그대,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사랑하는 여러분, 올해도 참 애쓰셨습니다. 부디 더 아름다운 한 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2021년 12월 26일
#시를잊은성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