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지난 주 미국 공영방송인 NPR에 쥐에 대한 부고가 실렸습니다. 마가와라는 8살짜리 쥐가 평안히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였습니다. 무슨 쥐길래 미국 공영방송에서 그 사망한 것을 뉴스로 삼을까 해서 읽어 봤더니 그럴만한 생을 산 쥐였더군요.

 

마가와는 탄자니아 생 “자이언트 두더지붙이 쥐”로서 보통 쥐보다는 큰 쥐과에 속한 동물입니다. 그런데 그 쥐들이 크게 발달된 후각으로 인해서 지뢰를 찾아내는 일에 탁월하게 쓰여진다고 하네요. 마가와의 경우 “아포포”라는 벨기에의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히어로랫트 (HeroRAT)” 이란 지뢰탐지 동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받고 캄보디아로 파견되어 지난 5년간 100여개의 지뢰와 폭발물을 찾아내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공헌했다고 합니다.

 

마가와와 같은 쥐들은 몸이 가볍기에 지뢰 위에 올라가도 지뢰가 터지지 않고 뛰어난 후각으로 지뢰 속에 있는 화약 냄새를 정확하게 찾아내기에 사람들이 지뢰 탐지기로 4일까지 걸릴 수 있는 지역을 단 20분만에 수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가와는 그중에서도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 쥐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동물보호단체인 PDSA가 수여하는 ‘용감한 동물상’도 받는 영광을 누렸다고 하는데, 그렇게 5년간 캄보디아에서 일하고 작년에 은퇴한 마가와가 지난 주 평안히 자신을 훈련시킨 아포포 센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였습니다.

 

그 뉴스를 읽고나니 비록 쥐이지만 마가와라는 이 쥐가 존경스러워지더군요. 우리 중에 몇이나 진정 이 쥐와 같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을 하고 세상을 떠나노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요.

 

캄보디아에는 내전이 있었던 1970~80년대에 매설된 지뢰만 600만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지뢰들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손과 발이 잘려 나가는 부상을 입곤 했는데 그 지뢰들을 찾아 없애는데 마가와 같은 쥐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니  이런 경우 쥐가 사람보다 낫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마가와와 같은 쥐들을 훈련시켜서 “지뢰탐색요원”으로 쓸 생각을 한 사람들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가와를 훈련시킨 아포포라는 비영리단체는 마가와와 같은 쥐를 훈련 시켜서 지뢰를 찾아낼 뿐 아니라 결핵환자의 침을 식별해 내게 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4일 걸려 찾아내는 일을 쥐가 단 10분내에 식별해 내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니 참 대단하죠!

 

박쥐로 인해서 시작된 코로나가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쥐가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쥐가 득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에 희망이 생기네요. 코로나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지혜와 능력으로 잘 이겨 내고, 더 나아가 창조적이고 새로운 방법의 해결점을 찾게 되리라는 희망 말입니다.

 

내일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라는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생일을 기념하는 국경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할 일 많은 이 땅에 혹 코로나로 지쳐서 쥐 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오늘도 세상의 문제들 앞에 번뜩이는 희망으로 해결점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새롭게 해 봅니다. 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아직도 이룰 꿈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 부푼 그런 삶이 되길 기도하면서 말이죠.

 

--2022년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