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작년에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전화기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아빠를 응원하겠다고 방문했던 큰 아들이 제 전화기의 화면이 너무 작다면서 큼지막한 갤럭시 노트 10 전화기로 바꿔 주었습니다. 새 전화기로 바꾸면서 지문 인식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문 인식 기능은 전화기를 열면서, 또는 전화기에 장착된 여러가지 앱을 쓰면서 일일이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손가락만 화면에 대면 전화기가 주인을 인식하고 사용권을 주는 기능입니다.

 

전화기가 제 지문을 여러 각도에서 채취하더니 그 다음부터 손가락만 대면 전화기가 열리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 무엇보다도 일일이 패스워드를 쳐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편한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지문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제가 받은 항암치료의 부작용의 하나가 손과 발에 멍자국이 생기면서 아파오는 것인데 그 증상이 심해지면서 살가죽이 벗겨지고 여린 새살이 생겨 나는데 그와 함께 지문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손에 지문이 없어지니 애써 장착해 놓은 지문 인식 기능을 모두 쓸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그림의 떡”처럼, 좋은 전화기의 좋은 기능을 지난 한해동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일일이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 수고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없어졌던 지문이 얼마전에 다시 생겨났습니다! 하루는 손을 씻으려고 보니 지문이 다시 보이는 것입니다! 다시 생긴 지문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지문 인식 기능이 새 지문을 알아 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전화기 화면에 대 보았더니 ... 놀랍게도 단번에 전화기가 열리는 것이 아닙니까!!! 너무나 반갑고 신기해서 제 입에서 “할렐루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러고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참으로 신묘막측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우리를 만드셨기에 없어졌던 지문이 다시 생겨 나는데 그 복잡한 패턴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똑 같이 회복이 된다 말입니까! 할렐루야!

 

달력을 보니 지난 금요일이 입춘이었습니다. 이제 만물이 되살아나는 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오미크론으로 어지러운 겨울을 보내면서 코로나로 망가진 삶이 제대로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가져 보게 됩니다.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접하는 뉴스에서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자녀들이 학업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피해 또한 온전히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하게 되고요.

 

그러던 중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회복 시켜 주실 때는 전에 있었던 모습이 아니라 더 나은 모습으로 회복시켜 주십니다” 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 구절을 읽으면서 더 넓은 곳, 더 푸르른 곳,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번 믿음으로 고백해 봅니다.

요즈음 회복된 지문이 더 선명해서인지 전에는 2~3번 들이대야 작동하던 지문 인식 프로그램이 지금은 손가락을 단 한번만 들이대면 즉각 작동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새 지문과 함께 입춘을 지나면서 더 따뜻한, 더욱 푸르른, 그리고 더 화려한 새봄을 꿈꿔 보게 됩니다. 아멘!

 

--2022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