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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3_이불.jpe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열흘은 살아간다

 

화엄사 뒷산

날개도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속에 녹인 나도

여기서 닷새는 걸을 있겠다

 

 

- “ 이불을 덮고” (나희덕)

 

 

군대 시절, 판초 우의 하나 덮고 철원의 겨울 산에서 잠을 청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주변에 나뭇잎들을 끌어다 추운 몸을 덮었지요. 그때 알았습니다. 나뭇잎도 이불이 있다는 . 추운 마음 덮어주는데 그리 좋은 이불이 필요한 아니라는 .

 

밝은 시인에게 이불이 보였나 봅니다. 덕분에 ‘한 열흘은 더’ 살아가는 어린 풀들도요. 띄어 쓰지 않고 이어진 나뭇잎들이 아주 이불이 되어 아이들을 포근히 덮어 줍니다. 따뜻한 기운에 봄인 착각한 날벌레들 눈비비며 날아오겠네요.

 

남편 잃고 시어머니를 따라 낯선 땅에 살던 룻에게 보아스가 넉넉한 이불이 되어 주었지요. “룻이 가만히 가서 그의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 누웠더라”(3:7). 교회가 가슴 시린 이들에게 이불이 되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불 덮고 마음 녹인 , 일어나 ‘한 닷새는 걸을 수’ 있게 말입니다.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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