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나 집사 / 베들레헴 교회>
정원 한 구석에 원형 탈모처럼 빈 공간이 생기면 고구마를 심는다. 매일 출퇴근하는 다람쥐, 토끼, 스컹크 , 요 녀석들도 살짝만 파면 고구마가 나올텐데 고구마는 위장술에 능한지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원형탈모 정원을 푸르르게 한다. 다른 식물 녀석들도 모두 예쁘지만 일을 마치고 귀가 하면 제일 먼저 나는 고구마에게 인사한다. 그도 그럴것이 물 주는 대로 부쩍부쩍 자라 이쪽 저쪽으로 모양이 달라져 있어 늘 새로운 녀석이다.
기분이 안 좋을때 " 아, 이런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 채한것 같아!”, 또는 “이런 고구마야....고구마 같으니라고!”, 이런 표현들을 만나면 내 친구, 고구마를 소개 하고 싶어 진다. 심중에 다른 또아리가 틀고 앉아 있을땐 고구마가 눈에 들어 올리가 없고 고구마가 눈에 들어와 서로 이야기 할 때의 마음을 보면 평화이다. 그래서 내게 고구마는 친구이다. 하긴, 둘러보면 사방 천지가 친구들이긴 해도.
삐들삐들 말라가던 고구마를 물에 담궈만 주면 뿌리가 자라고 그 힘으로 싹을 틔운다. 용도를 알수 없던 빨간컵을 무엇에 쓸까. 버리자니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 같고, 물컵으로 쓰자니 칙칙한 빨강물이 무섭다. 그래 여기에 고구마 줄기 하나 꼽고 수경재배해서 고구마를 키워 보기로 했다. 이번 겨울에 시작한 나와 고구마와의 만남이 또 시작된 것.
요새 내게 이 고구마는 내가 퇴근하고 제일 먼저 안부 인사 건네는 나의 친구이다. 듣기만 하는 고구마는 세상 맘 편한 친구이다. 이른 아침에 고구마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평안을 원함과 평안이 임함을 의미한다. 미국 고구마 잎은 마치 나팔꽃잎을 닮아서 어릴적 걷던 길목에 핀 나팔꽃의 추억으로도 안내한다. 우리집 둘째 고구마는 천방지축, 욕구불만이 많은가 보다. 첫째는 줄기들이 서로 만나 의지하며 자라는데 이 녀석은 맘대로 자란다. 줄기를 잡아 묶어줄까, 맘대로 자라라 할까 생각 중이다.
예쁜 소품들을 파는 곳에서 절친들의 선물을 사고 내게도 선물 하나를 샀다. “Joyful”, 기쁨 가득 느껴지는 별을 담은 트리 장식을 사서 나를 품은 고구마 옆에 나란히 자리 내어주고 매 순간 잊고 사는 하나님이 주고자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림으로 오게 되는 기쁨으로 살아라, 그 기쁨을, 즐거움을 내게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인생이 우아하고 품위있게 느껴질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 보니 트럼프 타워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 할때도 아니였고 명품 안경과 가방을 가졌을 때도 아니였다. 흠 없는 대상을 향한 경배와 찬양을 드릴 때, 오직 흠 없으신 예수님을 향한 예배와 찬양으로 순환되어져 내려 오는 은혜가 임할때 삶이 우아하고 격조있게 느껴진다. 앞과 옆을 제 아무리 둘러 보아도 더 배우고 덜 배우고, 더 가지고 덜 가지고, 상관 없이 다 똑같다. 결국 사람이다.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류를 위해 주님이 오셨고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고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신 그 이치를 깨달으면 삶의 벼랑에 섰다 해도 그 안에서 주시는 나팔꽃잎 닮은 고구마의 평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 화평으로 임하신 예수님이 오신 날 드리는 주일 예배가 앞으로의 삶을 고구마를 통해 매일 매일 생각할 필요없이 내 세포로 자리 잡아 심중에 텃밭이 되어 입술로 부터 나오는 말이 사랑과 배려가 넘쳐 사람 살리는 말만 하고 살면 좋겠다.
은혜가 임한 포만감 주신 이 아침에 감사를 드린다.
**사진 설명: 맨 위 사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 고구마 열린 모습
2. 원형 탈모 생긴 마당에 고구마를 심었다.
3. 나팔꽃 이파리 닮은 고구마 이파리들.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무럭무럭.
4. 고구마 줄기 한 줄기를 물 담은 유리컵에 담아 수경재배 시작.
5. 빨간컵에 옮겨 심어 본격적으로 재배 시작. 별모양 트리도 사서 옆에 놓았다.
6. 고구마 이파리가 줄기 따라 무성해지며 자라기 시작.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