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편집장>
2015년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창 인기였던 뮤지컬, “해밀턴 (Hamilton)”.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Alexander Hamilton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실제 역사와 정치 이야기를 그려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뮤지컬은 그 예상을 깨고 여러가지 재미 있는 요소들로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아직까지도 계속 상영되고 있는 뮤지컬입니다.
이 뮤지컬을 제작하고 작곡, 극작한 린-매뉴얼 미란다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가정 출신 작가로, 직접 해밀턴 역을 맡기도 했고, 이외 극중 모든 배역은 흑인과 라틴계 등 비백인들로 캐스트할 것을 지정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역인 해밀턴 –-해밀턴 자신은 미 본토 출신도 아니었고 당시 메인스트림도 아니었다고 함--역은 반드시 비백인 --저는 이 뮤지컬을 두번 봤는데 첫번은 라틴계, 두번째는 흑인 캐스트--, 워싱턴 대통령 역도 흑인이며, 유일하게 백인 캐스트는 악역이었던 영국의 죠지왕일 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파격적이었던 것은 극중 모든 노래가 힙합, R&B의 리듬과 랩으로 빠르고 신나는 노랫말과 춤 동작이여서 도저히 백인들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두번 봤다는 저도 처음에는 음악과 댄스로 혼이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스토리보다 공연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그후, 해밀턴과 그때 당시의 역사를 더 알고 싶어서 미국 역사 공부를 더하고 “Hamilton” 뮤지컬의 전곡이 담긴 CD를 사서 열공을 한 뒤 두번째로 공연을 다시 보러 갈 정도였습니다.
때마침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마지막 해, 한참 대통령 선거 유세로 뜨거웠을 때, 미국 건국 이야기 (Founding Fathers’ Story)이며 역사 뮤지컬인 “해밀턴”을 오바마 대통령은 “꼭 봐야 할 뮤지컬”이라고 극찬하고 모든 캐스트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공연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당시 부통령 당선자였던 마크 펜스가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공연을 마친 캐스트들의 커튼콜 때에 출연진 중 한명이 “다양한 인종과 신념의 미국인들을 트럼프 정권이 보호해 주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고 긴장된다. 이 뮤지컬이 미국의 가치를 지키고 우리를 위해 일해 주도록 일깨웠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급히 자리를 뜨자 청중들이 야유를 했고, 곧이어 트럼프는 그의 트윗에서 “어제 우리의 장한 펜스 부통령이 공연장에서 망신을 당했다. 사과하라”고 맞대응했다고 한 일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제가 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는 뮤지컬이지만 꽤 올바르고 정확하게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을 묘사하여 역사를 재현했다는 것입니다. 연대와 사건들을 명시하며 뮤지컬이 내내 전개되는데, 그중 한 장면은 애런 버 (Aaron Burr)와 해밀턴의 결투 장면입니다. 정적이었던 두 사람은 사사건건 서로에게 반대하며 싸웠습니다. 애런 버는 해밀턴의 반대와 훼방으로 토머스 제퍼슨에게 패배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고 앙심을 품었습니다. 이에, 해밀턴에게 결투 신청을 하고 이 결투에서 진 해밀턴은 사망합니다. 이렇게 애런버는 철천지 원수, 해밀턴을 제거했지만, 이후 그 역시 이 일로 정치계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고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애런 버를 부통령으로 임명하였으나 이 결투 사건으로 애런 버는 부통령 직을 박탈 당하고 이후 정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함--, 그리고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진정 승자는 누구였을까요?
지난 연말부터 연초에 종영을 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영정조 르네상스 시대”라고도 했던 조선시대 부흥기였던 때의 왕, 정조 대왕의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는 정조와 성덕임과의 사랑에 집중한 달달한 로맨스 사극이었지만, 저는 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정조 시대를 알고 싶어서 이전 드라마인 “이산”을 다시 보았습니다. 정조가 더 오래 살아서 더 오랫동안 조선의 왕으로서 조선을 다스렸다면 우리 나라의 역사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조는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학술, 기술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개혁 군주였습니다. 진정한 왕이 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애민사상)”을 갖고 여러 개혁 정치를 했던 정조의 업적 중에는 노예제를 폐지—공노만 해방시켰지만—하고 서얼들을 등용하여 신분제를 개혁했고, 나라에 역병이 돌자 내탕금 (왕실 사유재산)을 풀어 백성들을 구제하였고, 금난전권을 폐지하여 재벌을 개혁하려 했고, 화성을 건축하고 도읍을 옮겨 –-화성 건축 시, 도읍 이적 때에도 국고를 사용하지 않고 내탕금을 사용하였으며, 화성 도읍 건축에 동원된 부역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였음-- 한양에 기반을 둔 기득권 세력들을 견제하려 하는 등 여러 개혁 정치를 폅니다. 이런 훌륭한 왕을 몰라보고 당시 정치인들은 정조의 세손 시절부터 집권 후에도 참 끈질기게 정조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끊임이 없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왕을 몰라보고.
다윗 왕은 그의 아들들로부터 왕위를 위협 받았습니다. 인물이 출중하여 인기를 끌었던 압살롬은 매일 아침 성문 앞에서 사람들을 꼬여 자신을 재판관으로 세워주면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겠다며 세를 모아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삼하 13장-18장). 다윗의 다른 아들 아도니야도 스스로 높여 왕이 되려고 했다가 (왕상1:5) 선지자 나단과 왕비 밧세바에 의하여 역모가 발각되어 오히려 솔로몬을 왕위로 확정하게 하였고 이후 숙청됩니다. 진정한 왕은 이미 정해져 있었거늘.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왕 중의 왕, 예수님을 몰라보고 우리는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진정한 왕이 누구인지를 몰라보는 잘못을 더 이상 범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반목하여 분열시키고 폭력으로 선동하고 싸움질하게 하며 먼저 싸움 거는 헛된 망상을 품은 자가 아니라, 진정한 왕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화합하여 함께 잘 살게 하는, “공동 선”을 이루는 “그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