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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_길가의돌.jpe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죽어 하느님 앞에

여기 세상에서 일이 무엇이냐

사람 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끝줄에 거야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

끝줄로 돌아가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일이 없어

끝줄로 있다가

어쩔 없이 마지막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할 거야


하느님, 길가의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밖에 일이 없습니다

 

-정종수, <길가의 >


정말이지, 만일 하나님께서 나중에 ‘세상에서 일이 무엇이냐' 물으시면 어쩌나요? 시인은 끝줄에 서겠다지만, 저는 아예 도망가 버릴 지도 모릅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고마울 판입니다. 그래도 뭔가 하나 꺼내 놓아야 한다면, 시인은 언젠가 길가에 돌멩이 하나 옮겨 놓은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하겠답니다.


사순절을 맞아 기후정의를 위한 <40 초록 발자국> 시작하며 시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런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법을 바꾸고 정치인을 바꿔야지, 우리가 이런다고 바뀌지 않아. 이거 자기 만족 아니야? 이런 말들이 -- 안에서도-- 종종 들려옵니다. 대단한 일을 하려는 아닙니다. 그저 누가 다칠까 돌멩이 하나 옮겨 놓는 마음,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시인의 고백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이렇게 들리네요. “고맙구나. 내가 창조한 하나, 엉뚱한 자리에 있는 하나, 잃어버린 하나 살포시 옮겨 놓았으니 고맙구나.

 

--2022 3 6

 

#시를잊은성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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