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목사 / 살렘교회>
연합감리교회는 총회가 4년마다 있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총회이니 의논해야 할 일들이 오죽 많겠습니까! 그런데 총회 때마다 동성애 문제로 논란이 길어져 많은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동성애 문제만을 가지고 특별총회를 열어서 이 문제에 대한 결판을 내자는 결의를 2016년 총회 때 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400백만불의 비용을 들여서 2019년에 특별총회가 세인트루이스에서 사흘간 열리게 되는데 ... 이 때 내려진 결론은 동성애는 기독교 신앙에 배치된다는 감리교회의 전통주의 신앙을 고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특별 총회를 통해서 이 문제는 일단락 되었어야 하는데 ... 실상 전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총회의 결정을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총회 장소에서 즉각 “우리는 이번 결정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난리가 났고, 일부 목회자, 감리사들은 무지개색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갔으며, 감독들 중에서도 총회 결정을 전면 부정하는 이들이 나왔습니다. 결국 400백만불을 들인 특별총회는 문제를 전혀 해소하지 못한 큰 돈낭비가 되고 맙니다.
저는 2019년 특별 총회에 관람자로 참석했다가 교단에 대한 심한 실망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00만명이 넘는 교인을 잃은 교단의 민낯을 그때 고스란히 보게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총회의 결정을 가지고 교회들을 이끌어 가야 감독들이 교단의 현상을 유지하기에 급급하여 보여준 우유부단함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연합감리교회는 감독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그 때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당시 제가 관여하고 있던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내의 특별위원회 일로 WCA (Wesleyan Covenant Association)의 지도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WCA는 연합감리교단 내에서 웨슬리의 전통적인 신앙을 고수해 낼 새로운 감리교단을 준비하던 모임이었습니다. 그 모임의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 기존 연합감리교단의 지도자들, 특히 감독님들을 만났을 때 느껴보지 못한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뜨거움에 매료되어 한인교회를 대표해서 WCA Council에 들어가 항암치료로 그 일을 그만둘 때까지 약 2년 정도 섬기게 되었습니다. WCA Council에서 함께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가지고 거북이 걸음 같지만 하나 하나 성실히 준비해가는 모습과 현 연합감리교단을 비판하기 보다는 기도하면서 새롭게 주시는 꿈에 계속해서 초점을 맞춰가려 하는 신실함을 보면서 이 땅에 세우신 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WCA가 열심히 준비해온 새 교단 “Global Methodist Church”가 이번 5월에 정식 출범하게 됩니다. 실은 교단 총회가 열리면 그동안 보수, 진보 진영이 함께 준비해온 “결별을 통한 화해와 은혜의 의정서”를 통과시키고 서로를 축복하며 두 교단으로 사이좋게 갈라지려 했는데, 교단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이들이 코로나를 핑계로 교단 총회를 2024년으로 미루는 바람에 총회를 기다렸던 많은 교회들의 요청으로 이번에 새 교단을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새 교단으로 교회들이 들어오고 연회가 조직되고 하면서 창립총회도 곧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물었던 안도현의 시구가 생각나네요. 이젠 나도 다시금 뜨거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글로벌 감리교단에 기도의 응원을 보냅니다.
--2022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