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대체 시인의 몸 속에는 누가 잠들어 있길래, 꽃 한 송이 피는 걸 보면서 그렇게 떨려 하는 걸까요? 그 마음에 누구를 품고 살기에, 꽃에 벌 한 마리 날아든 걸 보며 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걸까요? 꽃이 내가 되고, 내가 꽃이 되어, 마치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자연은 우리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데 (롬8:22), 우리는 자연과 함께 탄식하고 아파하고 있을까요? 나무 베인 산을 보며 내가 베인 듯 아파하고, 버려진 쓰레기에 내 몸이 더럽혀진 듯 괴로워하고. 길 가다 마주한 봄꽃 덕분에 가슴이 떨리고, 화분에 물을 주며 내 목이 다 시원해지고. 마치 그 일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권정생 선생은 이라크 전쟁으로 희생 당하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몸에 열이 사십 도까지 올라갔었다고 하지요. 그 몸 속에 잠든 이가 누구였길래 그랬던 걸까요. 내 몸이 어디에 반응하는지 보면, 내 안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누구신가요? 그대 몸 속에 잠든 이는.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 (요14:20)
--2022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