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목사 / 두란노 침례교회>

 

안녕하세요, 형제님.

 

이 주 전에는 양로원엘 다녀왔습니다. 매월 셋째 수요일은 양로원을 찾아 말씀을 전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바쁜 일을 핑계로 4개월 동안 나가질 못했는데, 오랫만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께서 절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그런데 몇 분의 얼굴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형제님, 양로원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개의 경우 삶의 마침표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양로원은 죽음의 열차를 기다리는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인 셈입니다. 그래서 전 양로원에 갈 때마다 어르신들이 갖고 계신 믿음을 꼭 확인합니다.

“예수님 믿으시지요? 마지막까지 이 믿음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혹시 이곳에 아직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분이 있다면 꼭 믿으시기 바랍니다. 어르신들의 마음 속에 심어 둔 믿음이 곧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니까, 잊어버리지 마세요.”

그곳에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큰 소리로 웃는 겁니다. 양로원은 밝지 않습니다. 묵은 질병에 눌려서, 바깥에 있는 식구들이 보고 싶어서, 순간 순간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해서…그래서 밝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어두운 분위기를 떨쳐내고자 함께 소리내서 웃습니다. 그분들을 웃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먼저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크게 또 허리가 끊어질 듯 붙잡고 정신없이 웃기 시작하면 어르신들도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하십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를 박장대소 파안대소의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웃고나면 어르신들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갈 때마다 함께 웃다보니 제게 별명이 하나 붙게 되었습니다. ‘웃기는 목사’. 형제님, 별명이 재미있지요? 전 이 별명을 좋아합니다. 빛 되시는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곳엔 기쁨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이 웃음 때문에 일그러져 우습꽝스럽게 변해버린 제 얼굴을 떠올리며 평소에도 웃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형제님, 오늘도 구원의 종합선물세트 안에 들어있는 축복을 하나 꺼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형제님,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하고 있진 않나요? “야, 구원 안에는 축복이 참 많이도 들어있네.” 그렇다면 맞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다. 구원이 담고 있는 축복의 종류는 정말로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형제님과 그 많은 축복들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서 언제나 우리에게 축복을 풍성하게 부어주시길 원하는 나의 하나님을 소개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나누고자 하는 축복은 하나님과의 소통입니다. 

 

이 땅을 살아가면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합니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의 인이라는 단어, 즉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단어가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발견에도 공감이 갑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겁니다. 살아갈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는 없는 겁니다. 혼자의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학생들이 목숨을 포기하는 극한 상황까지 가는 겁니다. 그 많은 급우 중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주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소외감, 그 고통이 죽음의 고통 보다 더 크다고 믿는 겁니다.

그래서 교도소에서도 독방의 징계가 유효한 겁니다. 비록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삭막한 장소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부대끼며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 있는 장소가 더 편하고 좋은 겁니다.

언젠가 한 성도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 참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직장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거든요. 그런데 더 힘든 건, 이 어려운 처지를 함께 나눌 사람이 내 주변에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소통의 대상이 없는 삶은 고통인 겁니다.

그렇다고 소통의 대상이 있다고 해서 삶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께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겁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고백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겁니다. 사랑하는 그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또는 그들의 힘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나눌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려움을 나누어보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해줄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리며 함께 아파해줄 순 있지만, 어떠한 환경과 조건도 다 바꾸고 그래서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과 지혜가 그들에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형제님, 제가 믿고 있는 하나님은 다르십니다. 하나님은 이 우주 전체를 만드신 분으로 우주 안의 모든 사물을 다 소유하고 계신 전능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온 우주를 빈틈없이 운영하고 계실 정도로 전지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과 소통하길 원하신다는 겁니다. 아무리 무한한 능력과 지혜를 가지고 계셔도, 우리들을 향해 무관심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런데 하나님께선 우리와 교제하길 진심으로 원하고 계신 겁니다. 못 믿으시겠다구요? 몇 가지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첫 번 째 증거는 성경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들과 소통해오신 역사를 담은 책이며, 또한 여전히 우리와 소통하길 원하시는 당신의 마음을 담아놓은 책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히브리말과 헬라어로 된 말씀을, 모든 민족이 읽을 수 있도록 일군들을 택하시고 소명을 주어 번역 작업을 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과의 소통에서 한 민족도 빠지지 않길 원하시는 그분의 소중한 마음 때문입니다. 년간 약 8천만권이 보급되는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은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 구원의 길은 무엇인지, 구원 받은 백성은 어떤 축복을 누리게 되는지를 풍성한 사랑을 담아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두 번 째 증거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믿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성도들의 기도 모두를 금대접에 담아 천사로 하여금 운반하게 하시고, 그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선 기도라는 신비한 매체를 통해 성도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시며 풍성한 축복을 부어주고 계신 겁니다.

마지막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겁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셔서 인간들과 직접 교제하신 겁니다. 그리고 그 아들의 죽음을 통해 소통의 길을 뚫어주신 겁니다.

하나님께선 이처럼 우리들과 소통하길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과 소통하는 자들에게 채워주실 풍성한 축복을 이미 준비해놓고 계신 겁니다. 그래서 전 형제님이 구원을 통해 이 소통의 자리에 있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 기도는 꼭 이루어질 겁니다. 하나님께서 제 기도를 듣고 응답하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지를 드릴 때까지 주님께서 부어주시는 사랑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