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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3_진경.JP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북한산 백화사 굽잇길

오랜 노역으로 활처럼

명아주 지팡이에 떠받치고

무쇠 걸음 중인 노파 뒤를

발목 잘린 유기견이

묵묵히 따르고 있습니다

 

가쁜 생의 고비

혼자 건너게 없다며

눈에 밟힌다며

 

절룩절룩

쩔뚝쩔뚝

 

 

- 손세실리아, <진경(珍景)>

 

시를 읽는 순간 그림이 펼쳐지고, 나도 모르게 명치 끝을 만집니다. ‘활처럼 ' 노인의 등이 ‘백화사 굽잇길’처럼 힘겨워 보입니다. ‘가쁜 생의 고비,' 느린 ‘무쇠 걸음'으로 걷는 노파의 뒤를 '발목 잘린’ 유기견이 말없이 따라갑니다. 앞에서 ‘절룩절룩' 뒤에서 ‘쩔뚝쩔뚝' 아픔의 걸음을 맞춥니다.

 

손세실리아 시인은 < >이라는 다른 시에서 “발목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노래했었지요. 시인은 약하고 모자란 이들이 눈에 밟히나 봅니다. 절룩절룩 쩔뚝쩔뚝, 모자란 걸음들이 함께 발맞추며 뼘을 이루는 진경을 고맙게 그려냅니다.

 

생의 고비를 넘는 이들 곁에 못박힌 발로 함께 걸으시는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혼자 건너게 없다며/ 눈에 밟힌다며." 그분의 제자인 우리의 걸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회에 펼쳐질 ‘진경' 기대합니다. 

 

--2022 7 3

 

**위의 그림을 터치하면 손태환 목사님의 음성으로 본문이 낭독하신 유튜브 동영상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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