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편집장>
돌아보니 COVID-19 팬데믹 동안 해마다 7월 4일에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념하였는지 글을 썼더군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엔 록다운이 한창이던 때에 가족과도 못 만나고 외롭게 우리 부부 두 사람뿐으로, 그래도 독립기념일답게 여름 바베큐로 저녁을 차리고 불꽃놀이 없이 지내려는데, 다들 서운했던지 동네 공원에 하나, 둘씩 모인 사람들이 각자가 불꽃놀이를 시작하고, 이내 집집마다 불꽃놀이를 하던 집들을 소리 따라 쫓아 다녔다는 글을 쓴 게 기억이 납니다.
2021년 초부터 미국에서는 백신이 배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 받고 세상이 열렸던 작년에는 아직도 열린 세상에 적응이 안 되었는지, 우리 부부끼리 다시 조용히 독립기념일을 조촐히 보내고 있었는데, 불꽃놀이하는 소리에 그제서야 나가서 조금 탁 트인 동네 길 한가운데에서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를 구경했다는 글을 썼었습니다. 이즈음, 백신 접종 여부를 검사하며 마스크를 쓴 채로 운동 경기나 음악회, 각종 공연들과 행사들이 인원을 제한하며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던 작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차차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요.
그래도 매해 열렸던 동네마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와 불꽃놀이가 올해 다시 열린다니, 우리 가족들도 독립기념일날에 모여 팬데믹 이후 처음 가족 바베큐를 하고 불꽃놀이를 구경가려 했는데, 우리는 금년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때마침 우리 부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립기념일 주간에 오랜만에 여행길을 떠났고, 독립기념일에 맞춰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앞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중, 경찰차 세 대가 달려와 모든 다른 차들은 길 옆으로 비켜서야 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의아했지만 그때까지도 몰랐지요. 집에 다 와서 차 속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는데 마침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지금 옆 동네, 하이랜드팍에서 퍼레이드 도중 총격 사건이 일어나 사람들이 많이 죽고 부상 당했대. 오늘 밤 우리 동네 불꽃놀이 다 취소 되었고 지금, 다른 동네들 퍼레이드들도 다 취소되었다. 범인은 아직 안 잡혔으니 당분간 바깥에 나가지 말고 조심해라”고 말해주며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내 뉴스를 켜고 들어보니, 하이랜드팍에서 퍼레이드 중 총격 사건이 일어났고 무차별 총격에 퍼레이드를 구경 갔던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죽었다고 합니다. 당장 범인은 안 잡혔지만 총기를 법적으로 구입한 범인의 신원이 파악되었고 그가 타고 도주 중인 차량도 확인되어 곧 잡힐 것이라는 뉴스만 보도되었습니다. 왠지 겁나 창문이나 집안 문도 꽁꽁 닫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도 화들짝 놀랐습니다.
금년 들어 급작스럽게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니, 그렇잖아도 미국 각지에서 총기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던 때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이렇게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경험을 하게 됨에 경악하게 되고 직접적인 두려움을 느낍니다. 군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은 총을 가질 수도 없는 한국에서 살던 우리들은, 미국에서 보통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맘만 먹으면 총을 가질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있으니, 언제 어디에서건 총알이 날아오리라 각오하고 살아야 하는 위험천만인 세상입니다. 생각해보니, 이곳 시카고도 그리 안전한 도시가 아니라고 악명이 높은 곳이며, 실제로 뉴스를 보더라도 매일 총기 사건이 보도가 됩니다.
미국에서 총기가 금지 되거나 적어도 소지를 규제할 수는 없을까요… 총격으로 희생되고 있는 죄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미국 정부에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 학교에서나 교회에서까지 총격 사건의 장소가 되니, 이 세상에서 정말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궁금해 집니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가 합법이 된 것이 역사적, 국가적인 특이성때문에 역사가 오래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총기를 소유한다고 합니다. 남들이 총을 쏘아대니,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도 총을 가져야 겠다는 겁니다. 남이 때리니 나도 너를 때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서로를 때리고 죽이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이 이런 세상일까…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저 만이라도 총기 소유를 거부한다고 이 자리에서 밝히며 선언합니다. 비록 총이 없어서 내가 희생 당하더라도.
총기 사건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일어난 사건인데도 미국에서는 이 총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있는지, 의지나 있는지 의심스럽게 그 오랜 동안 속수무책입니다. 이번만은 다를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면적으로 총기 소유를 금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긴, 미국은 자유국가라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함에도 내 자유로 의료보험을 안 갖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보험 없이 자동차 구입이 불가능하니 모든 자동차에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자동차보다도 못한 미국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의료 보험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이 아이러니가, 미국에서 산 기간이 한국에서 산 기간보다 많아진,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의 사고 방식으로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답답하고 화가 나는 요즘의 미국입니다. 그저 사는 동안 하나님의 은혜만 바라며 무탈하게 살다가 하나님 나라에 가게 되기만을 기도하는, 이처럼 가장 원초적이며 단순한 기도로 사는 요즘, 총기 사고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학교와 교회가 사람들에게 가장 안전한, 모든 이들의 진정한 “도피성”이 되어 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