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지구의 일 / 김용택

by skyvoice posted Aug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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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일.jp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해가 뜨고

달이 뜨고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잎이 피고

눈이 오고

바람 불고

살구가 노랗게 익어 가만히 두면

저절로 땅에 떨어져서 흙에 묻혀 썩고

그러면 거기 어린 살구나무가 태어나지

살구나무가 해와 바람과 물과 세상의 도움으로 자라서

살구가 열린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신기하니?

 

작은 새들이 마른 풀잎을 물어다가 가랑잎 뒤에

작고 예쁜 집을 짓고

알을 낳아 놓았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이니

 

지구의 일이야

 

그런 것들 지구의 일이고

지구의 일이 우리들의 일이야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이 지구의 일을 방해하면

 

 

- 김용택, <지구의 >

 

 

신학생 시절, 다들 하나님을 위해 뭐든 같은 열정에 불타던 때였습니다. 죽으면 죽으리라. 산지를 내게 주소서. 부름 받아 나선 어디든지 가오리다.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이런 구호와 고백이 넘치던 시절에 어느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그러셨습니다. “부디 최선을 다해, 몸과 마음을 다해, 하나님 하시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십시오.

 

하나님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던 젊은 신학생들에겐 빠지는 소리였습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려고 하지 말고, 그분께 방해가 되지 않게만 하라니. 이해할 없던 말씀에 요즘에서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나님을 위한다던 일들이 얼마나 많이 그분의 일을 방해하는 일이었는지 조금이나마 깨닫습니다.

 

시인은 사람이 지구의 일을 방해하면 된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지구는 가만히 두면 매년 살구를 맺는 나무와 작고 예쁜 집을 짓고 알을 낳는 새들을 보게 준다고, 그게 지구의 일이라고. 우리가 일은 일을 방해하지 않는 거라고. 최선을 다해 그래야 한다고. 지구의 일이 우리의 일이니까. 하나님의 일이 우리의 일이니까.

 

--2022 8 7

 

**그림은 김용택 시, 연수 그림, 바우솔 펴낸 "지구의 일" 40쪽 짜리 그림책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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