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 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 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 김남조, <그대 있음에>
가수 송창식과 많은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익숙한 시이지요. 이 시의 첫 소절은 얼마나 다정다감한 위로인지요.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어둔 근심 있는 사람보다는 밝은 웃음 있는 사람 곁에 있고 싶은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인데, 시인은 ‘그대’의 근심 속으로 ‘나’를 불러 달라고 노래합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런 벗이 있으면 어떤 험한 길도 외롭지 않겠지요?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라는 소절에서 멈칫합니다. 다들 ‘나 먼저’를 외치며 살지 않나요? 그런데 이 시는 그대가 있어서 내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마르틴 부버라는 분도 이것을 가리켜 그의 책 <나와 너>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너’로 인해 내가 된다.” 빌립보 교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고백하는 바울의 서신에서도 그런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런 관계의 공동체는 얼마나 아름답고 든든할까요?
그러니 우리도, 조금 쑥스럽지만, 서로 말해보아요. “그대가 있어서 내가 있습니다.”
--2022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