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주 편집장>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우리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당시 음유시인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들을 많이 불렀던 “시인과 촌장”의 노래 중, “풍경”이라는 노래입니다. 지난 주 목사님의 설교에서 인용하셨던 노래, 옛날의 무드에 젖어 내친 김에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시카고에서 아칸사로 운전하며 내려오는 길에서 쭈욱 다 들어버렸습니다.

 

긴 여름 방학을 마치고 남편은 개학이 되어 제 자리인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3개월 여를 비워놨던 아파트에서 이제부터 살아야 하니, 그동안 쌓였던 먼지를 털어 내고, 어지러져 있던 물건들과 가져온 물건들을 제 자리에 정리, 정돈을 해 놓으니, 빼곡히 들어차 없는 줄 알았던 공간들이 이렇게 많은지요. 정리, 정돈하기 좋아하며 깨끗이 치우기 좋아하는 제 솜씨를 맘껏 발휘하였지요.

 

지난 달에는 남편의 학회 참석 차, 캘리포니아에 간 김에 연초에 돌아가신 고모부의 산소에 가서 고모부를 뵙고, 친정 아버님의 오랜 친구분 부부도 뵈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제가 “김 아저씨”라 부르며 집안끼리 무척 가깝게 지내다 갑자기 미국으로 이민을 오셔서 헤어졌지만, 그 후에도 이민 초기에는 서로 편지로 –아줌마께서 보내주시는 하늘색 국제항공편지지에 아줌마의 명필로 쓴 편지를 잊을 수 없습니다. 답장은 주로 제가 썼구요.—소식을 전하고, 가끔 출장 일로 귀국하셨을 때 만나뵙고, 은퇴 후에도 아저씨는 때마다 안부를 잊지 않으시고, 시간이 될 때마다 저희 부모님을 찾으셨죠.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아저씨는 저희 부모님을 “은인”이라며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미국에 가까이 사는 제게 갚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제게 무엇이라도 주고 해주고 싶어 하십니다. “그 은혜가 무엇이며,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갚으셔도 된다”며 저는 만류하지만. 사람이 베푸는 “선행”은 받은 이에게는 “은혜”가 되어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이번에 만나뵈었을 때는 아저씨, 아줌마가 좋아하시는 골프를 같이 치며 보냈습니다.  골프를 치러 오셨는데 아줌마는 가끔 집개로 뭔가를 주워 같이 갖고 오신 플라스틱 봉투에 집어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뭘 주우시는지 궁금해서 여쭤 보니, 남들이 골프장에 무심코 흘리거나 버린 쓰레기들을 주워담는다고 하셨습니다. 골프 클럽으로 파여져 흙이 그대로 보이는 곳에서는 골프 카트에 함께 실려 있는 잔디씨가 섞여있는 흙으로 수리하시기도 했습니다. 물론, 많은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그냥 지나치고 실천을 안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쓰레기를 줍고 패여진 잔디를 고치는 일을 한다면 아름다운 골프장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거지요. 한 사람이 실천하는 이 작은 일이 이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 제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물건이 제 자리에 잘 정리, 정돈되어 있을 때 아름다운 것 처럼, 사람들도 있어야 할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며 할 일을 할 때 “본분을 잘 지킨다”고 하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을 때,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 곳은 처음엔 눈에 띄지 않지만 곧 삐끄덕 거리고 뭔가 잘 못 되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내가 없어야 할 곳에, 혹은 남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 있다면, 내가 할 능력도 없이 그 곳은 이제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남의 것을 빼앗았으면 그 임자를 다시 찾아 돌려주고, 각자가 제 자리에 가고 제 자리에 오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다 먹은 과자 껍질은 쓰레기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가야 하는데 쓰레기통이 있는 곳으로 가기가 귀찮다고 아무데나 버려 세상을 같이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좀 덜 하지만 과자 껍질을 내 호주머니에 넣어버려 내 호주머니를 쓰게리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처럼. 옛말에 “먹을 자리와 잠 자리는 가리라”는 말도 있지요. 사방 어둔 곳에서 작은 빛이라도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 할 것”처럼, 빛은 빛이 되어 비추이고, 쓰레기는 쓰레기이지, 결코 빛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고, 제 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아름다운 그런 세상을 꿈 꿉니다. 골프장에서 보이는 쓰레기를 줍고 파인 잔디를 고치시는 아줌마처럼, 저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작은 일을 실천하여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 할 것이요” (마태복음 5:14)

 

**그림 설명: 르네 마그리트 (Rene Maritte), "빛의 제국 (L'empire des lumieres)". 1954년 작, 캔버스에 유채. 146X114cm. 브뤼셀 왕립 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