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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나무.jpg

 

 

 

 

<손태환 목사 / 시카고 기쁨의 교회>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옆에 있다.

흐린 아침 미사 중에 들은 구절이

창백한 나라에서  내리는 성긴 눈발이 되어

옷깃 여미고 주위를 살피게 하네요.

누구요? 보이는 것은 아직도 보이고

잎과 열매 잃은 백양나무 하나가 울고 있습니다.

먼지 묻은 하느님의 사진을 닦고 있는 나무,

그래도 눈물은 영혼의 부동액이라구요?

눈물이 없으면 우리는 얼어버린다구요?

내가 몰입했던 단단한 뼈의 성문 열리고

울음 그치고 일어서는 백양나무 하나.

 

- 마종기, <나무가 있는 풍경>

 

마종기 시인은 우리와 같은 이민자여서 그런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시인입니다. 가발 매장을 하던 동생이 권총 강도에 의해 사망한 일도 남의 같지 않고요. 범인의 사형 집행을 중지해 달라며 마종기 시인과 가족들이 탄원서가 한인 사회에 울림이 되기도 했었지요. “인간의 생명을 사람이 결정할 없다”는 그의 신앙고백은, 어쩌면 시의 눈물을 통과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옆에 있다”는 말씀을 들은 시인이 옷깃을 여미고 주위를 둘러 봅니다. 시인에게 보이는 오직 잎과 열매 잃은 울고 있는 백양나무 그루. 그런데 나무가 눈물로 먼지 묻은 하나님의 사진을 닦고 있습니다. (문득, 향유로 예수님의 발을 씻던 여인이 떠오릅니다)

 

순간 말씀을 들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눈물은 영혼의 부동액이라고요?/ 눈물이 없으면 우리는 얼어버린다고요? 되묻는 시인은 그를 가두었던 절망의 ‘단단한 뼈의 성문’이 열리는 것을 봅니다. 마침내 ‘울음 그치고 일어서는 백양나무 하나’는 눈물을 통해 밖의 세계를 시인 자신이겠지요.

 

‘눈물은 영혼의 부동액’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진리인가요. ‘우는 자가 복이 있다’ 하신 예수님도 고개를 끄덕이실 같습니다. 가끔 그런 시가 있지요. 읽고 나면 손을 모으게 되는.  영혼이 얼지 않도록 부동액 가득 채우고 드리는 예배가 되기를, 우는 자와 함께 우는 뜨거운 영혼의 사람이 되기를, 눈물 머금고 손을 모읍니다.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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